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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알아야"

선수들에게 책 읽히는 괴짜 잭슨 감독 일문일답
풋볼·야구 등 만능 스포츠맨…해설가·작가 등 다재다능
부모가 모두 교회 목사…학비 위해 NBA 진출

필 잭슨 레이커스 감독은 우승보다는 시즌 여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어린 시절 자서전 사건 농구철학 크라우스 전 불스 단장과의 불화 등에 대해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독실한 크리스찬 집안에서 자랐다는데.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펜테코스테파 교회 목사셨다. 어머니는 성경구절을 항상 외우게 했다. 아버지보다 엄했다. 경쟁심이 강한 게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이다. 집안 분위기가 남들과 많이 달랐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집에 TV도 없었다. 영화도 못봤고 락음악도 듣지 못했다.

담배 술은 말할 것도 없다. 일주일에 4~5번은 교회를 갔다. 한 번은 하교한 뒤 집에 아무도 없어 (예수님이 재림해서) 어머니 아버지를 모두 하늘로 데려가고 나만 세상에 남게된 줄 알았다. 그 때 울면서 어머니를 찾기 위해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적도 있다. 결국 어머니가 기독교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서 안심한 일도 있었다(웃음). 세상공부는 책을 통해서 주로 했다. 하지만 이런 집 분위기가 나는 좋았다. 나만의 세상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부모처럼 목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물론 있었지만 남들이 방언하는 모습을 보고 '이들이 꾸미는 게 아닐까'하고 자문하기 시작했다. 15살쯤에 이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왜 NBA 선수 길을 택했나.

"돈이 주된 이유였다. 뉴욕 닉스에서 뛰었을 때 대학원에 가고자 학비를 번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서전에서 LSD를 복용한 게 인생관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는 데.

"말이 와전된 것 같다. 젊었을 때 즐겼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영적으로 문제가 있을까봐 끊었다."

-크리스찬이면서 불교에 심취한 것으로 유명한 데.

"불교의 묵상에 관심이 많다. 특히 참선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불경을 성경처럼 잘 알지는 못한다. 워낙 성경에 대한 지식이 가득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가 내 머리속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달라이 라마는 크리스찬들에게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반면 크리스찬들은 믿음 자체가 다른 종교를 받아들이기 힘들게 돼 있다. 크리스찬들도 타 종교인들과 잘 어울렸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다."

-마이클 조던을 지도한 사람으로서 그를 평가한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친구다. NBA를 최고 인기 스포츠로 끌어모았던 데는 마이클의 공이 크다. 모든 이들의 기대치를 뛰어넘은 보기 드문 선수였다."

-조던이 당신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하나.

"팀 동료들을 믿기 시작했다. NBA에서 우승은 한 사람 힘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마이클도 깨달았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조던급의 선수가 됐다고 보나.

"코비가 우승을 몇 번 더 해야한다. 상대 선수에게 파울을 유도하면서 슛을 성공시키는 능력은 마이클을 따를 자가 없다. 인사이드 게임이 강했다. 3점슛을 비롯해 외곽슛 능력은 코비가 뛰어나다."

-레이커스 새 멤버 론 아테스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올 시즌 우리팀 성적에 그의 활약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일대일 수비에 강하다. 올 시즌 우승여부에는 그의 활약이 중요하다."

-책을 주기로 유명한 데. 가장 좋아하는 책이 뭔가.

"오웬 미니(Owen Meaney). 선수들에게 많이 줬다. 키가 작은 학생의 사립학교 생활에 대한 얘기다."

-선수들이 책을 정말 읽었는 지 테스트하는가.

"멤버들은 다 읽은 다음 나에게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최근에 레이커스가 파우 가솔과 연장계약을 했는데. 언제까지 레이커스 감독직을 맡을 생각인가.

"아직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면 된다."

-앤드루 바이넘이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할 것 같나?

"최고의 득점형 센터가 될 자질을 갖췄다. 현재 리바운드와 디펜스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득점형 센터가 됐다고 본다."

-현재 레이커스팀의 약점이 있다면.

"아직 수비가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고 리바운드도 더 좋아져야 한다. 시즌 중 계속 수비가 좋아져야 플레이오프 때 피크에 오를 수 있다. 공격 리바운드가 중요하다. 내가 코치한 팀들은 대부분 공격 리바운드에서 톱3에 들었다. 하지만 지금 팀은 사이즈가 좋은 데도 그 부분에서 조금 약하다."

-제리 크라우스 전 불스 단장과의 관계는 어떤가.

"지금도 좋지 않다. 시카고 트리뷴의 샘 스미스 기자가 쓴 책 'Jordan Rules'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이 책은 제리를 비롯해 마이클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다 드러냈다. 제리는 그에 대한 뒷얘기를 내가 다 제공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후 그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불스에서 6회 우승 때를 돌아보면.

"마이클이 (첫 번째로) 컴백한 뒤 멤버들은 다들 알아서 열심히 뛰었다. 연습도 전쟁이었다. 때문에 나로서는 좀 편한 점도 있었다."

-농구 외 다른 스포츠도 했나.

"풋볼 쿼터백으로 뛰었고 야구에서는 1루수와 투수를 봤다. 투수로서 LA 다저스로부터 드래프트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스포츠 진행자로도 활동한 적이 있는 데 당시 경험이 어땠나.

"ESPN 해설자로 활동했다. 즐거웠지만 경기에 뛰거나 감독하는 것만큼의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인상이었나.

"대단히 똑똑하고 성숙한 데다 매너있는 친구라고 느꼈다. 물론 이후 그와 안 좋았을 때도 있었지만 내가 잠시 1년 동안 감독직을 떠난 뒤 그와 다시 만났을 때 관계는 좋아졌다."

-시즌 별로 따질 때 어느 팀이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가장 잘 구사했나.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익히려면 한시즌 반은 족히 걸린다. 1994-95 1995-96 1996-97 불스는 완벽에 가까웠다."

-'젠 매스터(Zen Master)'라고 불리는데.

"사실 '젠 매스터'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젠'은 매스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감독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선수들이 연습을 통해 뭔가를 얻는 모습을 지켜볼 때 성취감을 느낀다. 감독의 역할도 연습에서 사실상 끝난다."

-책을 여러권 출간했는 데. 현재 준비하고 있는 책이 또 있나.

"Sacred Hoops(1995년도 저서)의 속편을 생각하고 있다. 언제 출판될 지는 모르겠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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