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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권력이냐, 영향력이냐

사회학에서 말하는 권력의 정의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남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힘’이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권력을 가져 왔고, 가정에서는 자녀들보다 부모들에게 더 권력이 있다. 한국에서는 연장자가 나이 어린 사람들보다 더 권력을 가진다. 교실에서는 교사가 학생들보다 권력을 가지고 있고, 미국 사회에서는 최근 이민자들보다 오래 살아 온 백인들에게 권력이 더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유엔의 주도 아래 협력을 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미국을 위시한 소위 강대국들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한다. 국제 사회의 권력을 그들이 가지고 있다. 권력은 여러가지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력과 물리적 힘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한편, 영향력이란 서로 간에 주고 받는 감성의 울림을 동반한 소통이다. 영어 단어의 철자(influence)를 보면, 가운데 flu 가 보이는데, 독감이 퍼져 가듯이 영향력은 주변으로 퍼져 가는 힘이다. 전염되는 힘이다. 그래서 권력이 하지 못하는 일도 영향력은 잘 해낸다. 권력을 의지해서 일하는 개인과 국가는 주변의 존경을 받기보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 권력이 당위성을 전제로 사람들을 움직일 때 영향력은 마음에 감동을 주어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게을리 해서 꼴찌를 했을 때, 나는 담임 선생님의 시선을 피했다. 조회와 종례 시간에도 선생님의 눈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는데, 하루는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나는 담임 선생님께서 나를 호되게 야단치실 줄 알고 무거운 걸음으로 교무실로 갔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다가 결국은 반에서 꼴찌를 했으니, 선생님은 나를 혼내실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나를 야단치지 않으셨다.

“힘내라, 너는 잘 하는 게 있잖아? 한 번 나쁜 성적을 받았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라.”

나는 27년 전에 선생님께서 하신 그 말씀을 아직도 기억한다. 학교 중창단에 선발되어 많은 행사에 나가 노래를 하던 나를 눈여겨 보신 선생님께서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내가 그 때 잘 하던 것을 언급하셨다. 교무실을 나올 때, 나의 발걸음은 가벼워졌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콧노래가 나왔다.

내가 후에 대학을 가고, 미국 대학원에 유학을 가게 된 것은 순전히 그 분의 영향력 덕분이다. 58명 중 58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린 제자의 장점을 보시고, 제자가 다시 활기 있게 학교 생활을 하도록 하신 선생님의 한마디는 아직도 내 귀에 남아있다. 선생님은 교사의 권력보다는 영향력을 택하셨다. 시간이 흘러 나도 아들을 이끄는 부모가 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권력으로 교육을 했던가, 영향력으로 이끌었던가. 청소년기를 지나는 아들에게 부모로서의 권력으로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해도 아들이 말을 안들은지 오래다.

모든 일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아들이 할 수 없음을 깨달은지도 오래다. 2010년을 맞이하는 아들에게 부모로서의 권력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반면에 힘주어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즐기던 것들을 통해 아들이 나의 영향을 다소 받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나는 아들이 음악을 공부하겠다고 할 줄은 정말 몰랐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우리 가정의 영향력이었음을 느낀다. 공부만 하기보다는 연극, 뮤지컬, 합창, 밴드, 학생회 등의 활동을 하면서 대인 관계를 넓히도록 내버려두었는데(?), 아들은 그런 활동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학교를 옮기신 후에도 아들의 입시를 위해 추천서를 써주신 선생님은 아들에게 영향을 끼쳤음이 틀림없다.

돈 한푼 안받고 아들에게 바이올린을 지도하시는 선생님과, 아들의 곡들을 들어주고 지도해주신 작곡가 선생님들은 아들에게 음악적 영향을 직접 끼쳤을 뿐 아니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 관계를 뛰어넘어 서로 돕는 것을 알려주셨다. 훗날 자기 같은 아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기쁘기만 하다. 영향력은 분명 서로를 하나로 연결하며, 서로를 이롭게 하는 힘이다.

언제까지 내가 아들에게 영향력을 끼칠지, 나의 영향력은 아들에게 얼마만큼인지는 솔직히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권력보다는 영향력으로 아들을 이끄는 부모가 되고 싶다. 말보다는 모습으로 가르치고 싶다. 하라고 하기 보다는 함께 하면서 아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다. 새삼 영향력을 생각하는 아침이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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