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63] 미래의 한인사회 이끌어갈 인재 선발…장학재단서의 활동은 의외로 큰 보람

남을 돕는 기쁨 새로운 인생의 시작

장학재단에서의 활동은 생각보다 보람이 큰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당히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수많은 신청서를 읽고 정말로 도움이 절실한 학생을 찾아내서 희망과 의지를 북돋워주는 일이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이것이야말로 미래의 지도자를 발굴하는 중차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 다시 한인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장학재단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한번 심사에 들어가면 보통 200여 통이 넘는 에세이들을 읽어야 했다. 어느 학생이 장학금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은 백만장자 아버지를 둔 아들이 사연을 보내왔다. 한순간의 실수로 패가망신한 아버지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도박에 손을 댔고 그로 인해 남은 재산마저 모두 날리고 말았다. 동생은 동생대로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갱단에 들어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어머니가 재봉일을 하셔서 한 달에 800달러 정도 벌어들이는 것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으니 꼭 학비를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장학금 수혜자로 선발된 후 수여식에서 감동적인 소감을 밝힌 학생도 있었다. 하와이에 살고 있는 입양아 출신 학생인데 본인은 장애인이었고 입양 부모는 매우 가난했다. 어려운 와중에 1000달러의 장학금을 받게 되었으니 기쁨도 기쁨이려니와 학생에게는 단순한 장학금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학생은 그동안 잊고 있던 한인으로서의 뿌리와 정체성을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면서 나중에 성공해서 꼭 보답하겠다고 하여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알핀 홍이라는 신예 피아니스트를 도와준 일도 잊을 수 없다. 그는 부모가 모두 의사인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모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음악가적 자질을 연마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트라빈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미국 교향악단이 뽑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예'로 뽑히기도 했다.

우리 장학재단은 이 유망한 청년 음악가에게 3년 동안 5000달러의 특별 장학금을 수여하고 기금 모금을 위한 콘서트도 마련해 주는 등 여러모로 도와주었다. UCLA를 졸업한 그는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지금은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장학재단을 찾아와 후배 학생들을 위해 찬조 연주를 해주고 있다.

한인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꿈나무들을 발굴하고 격려한다는 것은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보람찬 일이었다. 현실의 장벽에 막혀 미래의 꿈을 접을 위기에 처한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이들이 다시 힘을 얻어 건실한 사회인으로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것이 바로 한인사회의 힘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리라는 나의 믿음도 더욱 강해졌다.

그뿐이 아니었다. 한미장학재단 이사와 서부 지역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비로소 나는 봉사의 참 의미를 깨달아갔다. 내 시간과 돈을 들여 봉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지는 해보지 않고는 절대 모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