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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보다 중요한 자신감 길러 준다…US뉴스 명문고 순위 6위에 오른 뉴커머스 고교

학생 1000여명 50개국 출신 이민자…토요일 개인 교습 프로그램도 운영

“고레와 우뜨라맨 데스.”
“왓?”
“우.뜨.라.맨.”
“오~ 울트라맨~”

롱아일랜드시티 뉴커머스 고등학교 9학년 사회 시간. 22명의 학생이 모국어로 자기 나라에서 유행하는 물건이나 전통 물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실크로드’가 주제인 이날 모두가 상인이 돼서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영어는 금지됐다.

일본·프랑스·방글라데시·티베트·아이티·콜롬비아 등 총 11개 언어가 난무하는 수업이었다. 얼굴색은 물론 연령대도 16~18세까지 다양했다.



이 수업을 가르치는 이 학교 유일의 한인 교사인 변성희씨는 “영어가 불편한 아이들이라 이번 수업에서만은 모국어를 사용하면서 출신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다른 언어를 사용했지만,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두 알아 들었다.

이름부터 ‘새로 온 사람’이라는 뉴커머스(New Comers)고등학교. 1000여명에 달하는 학생이 모두 이민자인 이 학교는 올해 US뉴스 & 월드 리포트의 미 명문고 순위 6위에 오르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아시안 학생이 30%=15년 전 이민자 자녀들만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철학으로 시작됐다. 실제로 어제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아이들이 오늘 이 학교에 등록하는 수가 부지기다.

이민자 부모들은 교육국이나 주변인을 통해 이 학교에 대해 듣고 찾아온다고. 학교는 퀸즈공립도서관과 함께 학교를 알리고 있지만, 대부분 제 발로 걸어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민자 학교라는 특성상 1년 내내 언제나 입학이 가능하다. 단, 퀸즈에 살아야 한다.

현재 1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데 총 50개국 30여개 언어가 사용되고 다양성을 자랑한다. 아시안 학생이 30%, 히스패닉이 50% 정도를 차지한다.

학부모·교사모임(PTA)에서는 모든 언어에 대한 통역 서비스가 제공된다. 한인 학생은 현재 5명이다.

올란도 사미엔토 교장은 이 학교를 “엘리스 아일랜드”라고 표현한다.

3년만에 영어 마스터=지난 5월에 뉴욕에 도착한 뒤 이 학교를 다니는 티벳인 여학생은 “영어는 학교에서만 배워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 학생은 복잡한 단어나 표현은 아니더라도 영어로 교사와 의사소통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미국 생활을 시작한 일본 출신 링고 수케가마 역시 “영어를 많이, 또 쉽게 배울 수 있어서 다른 학교로 전학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링고는 중간 중간에 전자 사전을 사용해 일본어와 영어를 비교하면서 수업을 따라 갔다.

이 학교에서 영어를 미국인처럼 완벽하게 구사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유일한 한인 교사인 변성희씨는 6년 전에 미국에 도착한 전형적인 이민 1세이고, 사미엔토 교장 역시 콜롬비아 출신으로 영어에 악센트가 묻어났다.

이 학교 학생들은 영어와 동시에 완벽한 자신감을 쌓는다. 둘러봐도 영어를 제대로 하는 학생이 없기 때문에 주눅들지 않고 영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매주 9시간씩 영어를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지만 사실 모든 클래스에 ESL 교수법이 들어가 있다. 일반 고등학교처럼 따로 분리돼 ESL반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나만 영어를 못하나’라는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동시에 50개국 학생들이 어울려 있다 보니 각자의 문화를 존중하고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코스모폴리탄이 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셈이다.

미국 생활을 위한 기반=이 학교에서는 조기 전형에 응시하는 학생도 찾기 힘들고, 아이비리그 진학생은 더 찾기 힘들다. 대부분 2년제 대학으로 진학해, 4년제로 옮기는 식이다. 명문대 배지는 없지만 이 학생들에게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있다.

출석률이 92%에 육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교육의 중요성이 무엇인지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있다는 증거다. 학부모 만족도도 높다. 2008년 기준으로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88점이었다.

학교는 매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물론 토요일 개인 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AP과목 통과율도 90%가 넘고, 저소득층 학생 뉴욕주 표준 시험 합격률이 87%에 달한다.

US뉴스& 월드 리포트는 이번 리포트에서 이 학교 “대학 진학 준비율 100%”라고 평가했다.

변성희 교사는 “외부에서는 표준 시험 점수를 보고 학교를 평가하지만, 아이들이 앞으로 해나갈 미국 생활을 준비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그릇을 키워주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올란도 사미엔토 교장…"한인학생 많이 들어왔으면…”

뉴커머스 고교 올란도 사미엔토(사진) 교장은 이 학교를 시작한 교사 중 한 명이다. 이민 학생들만의 필요를 채우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뛰어들었다. 사회 과목을 가르치다가 올해 교장으로 승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교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1세 이민자들은 대부분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음 세대가 잘 되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1세부터 잘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외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미국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못해도 된다는 조건이 될 수 없다. 이민 학생들에게 필요한 리소스를 최대한 제공하면서 격려하고 이끌어 나가면 된다.”

-타학교에 비해 4년제 대학 진학률이 저조한 편이다.

“고등학교의 역할 중 하나가 많은 학생을 대학에 보내는 것임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AP 과목을 더 늘리고, 앞으로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를 최대한 이용해 학습 수준을 높일 방침이다.”

-이민자 특성상 학부모 참여가 저조할 것 같은데.

“정반대다. PTA 모임에 평균 100명 이상이 참여한다. 부모들이 필요한 모든 언어 동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헤드폰을 끼고 모임에 참석하는 부모들을 볼 때면 UN회의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교육 시스템을 학부모들에게 최대한 알리는 것이 학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또 신분이나 재정 문제 때문에 학생이나 학부모가 누려야 할 권리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교내에 일주일에 한 번씩 학부모들이 들러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학부모 센터’를 개설할 생각이다.”

-한인 학생이 별로 없다.

“지난해 졸업식을 사물놀이로 시작했다. 북과 장구, 의상까지 모두 갖추고 있지만 사물놀이패는 모두 비한국계 학생이었다. 현재 5명 뿐인데, 한인 학생들이 많이 등록해 더 다양한 학교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조진화 기자 jinhw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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