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전력에 추방위기 몰렸던 한인 가석방 "영주권도 휴지조각였죠"
보석금 내고 석방됐지만 불체 아내는 이미 추방
직장잃고 집은 강제퇴거…30년 미국생활 무너져
지난 13일 애틀랜타 이민국 구치소에서 석방된 박승인씨는 "이민국 단속 앞에 영주권은 휴지조각에 불과했고 인권도 보장받지 못했다"며 "구치소에서 지내면서 면회와 통화가 제한됐고 여기서 앞으로 영영 잊혀진다는 공포 속에서 살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박씨는 "시민권을 안딴 것 불법체류자인 아내와 같이 산 것이 죄라면 죄"라며 "체포된 뒤 아내를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한국으로 보내야 했다"고 괴로워했다.
박씨는 지난 10월27일 자신의 도라빌 아파트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요원들은 전날인 26일 불법체류자인 아내 임영림씨를 체포하면서 영주권자인 박씨에 대한 신분조회까지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범죄 전력이 드러나자 다음날 박씨도 체포했다. 아내 임씨는 지난 11월24일 한국으로 추방됐다.
박씨는 "9년 전인 2000년 카운티 법원에서 단순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면서 "그러나 벌금 400달러와 집행유예 11개월의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모두 해결된 사건이다. 9년 전 경범죄를 사유로 추방한다면 미국에서 살아남을 이민자는 없다"고 한탄했다.
박씨는 지난 10일 추방재판에서 판사로부터 추방 대신 보석금 3000달러를 책정받았다. 이같은 박씨의 딱한 사연을 접한 지인들과 지역 한인사회가 보석금 3000달러를 모아 이민국에 접수시켜 결국 석방으로 이어졌다.
박씨는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한 실정이다.
수감 기간 동안 직장에 못나가 일자리를 잃었으며 렌트비가 밀려 아파트에서도 강제 퇴거 당하는 등 당장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박씨는 "30년 미국 생활이 한순간에 망가지면서 모든 것을 잃었고 특히 가족을 잃은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석방됐지만 당장 잠잘 곳을 찾아야 할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이민국 구치소 안에 음주 경범죄로 체포된 영주권자들이 부지기수여서 합법신분이라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나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인사회에도 체계적인 법률지원과 상담 정보교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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