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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오바마와 한국 교육

김성영 / 교육가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한국 교육을 계속 높이 평가해 진정 고맙고 민망해서 이 글을 드립니다.

필자는 당신이 그토록 칭찬하는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교육자의 한 사람입니다.

대통령께서 지난 3월에는 "한국의 어린이들은 미국 어린이보다 1년에 한 달 이상 더 수업을 받는다"면서 미국 교육계의 분발을 촉구했다지요.

심지어 한국 학생들은 TV나 인터넷 게임의 사용도 자제한다면서 한국의 교육제도와 학생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보름 동안에 무려 세 차례나 한국교육을 평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압니다.

얼마 전 백악관에서 교육혁신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한국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이 부럽다고 했더군요.

그 후 '일자리 창출 서밋'과 경제회복을 주제로 한 '펜실베이니아주 타운홀 미팅'에서도 "우리는 과거 어떤 정부보다도 더욱 강력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의 교육열을 배워야 한다"는 논지로 계속 우리를 띄웠더군요.

당신이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한국의 교육을 이처럼 긍정적으로 평가해 준 데 대해 우선 고맙다는 말을 드립니다.

동시에 당신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칭찬에 그야말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표정 관리가 어렵습니다.

정치 평론가들의 지적처럼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에 대한 친밀감의 표현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수사(修辭)인지를 따지기보다는 과연 한국의 교육이 미국을 비롯한 이웃나라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것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함으로써 당신의 평가를 반성과 분발의 계기로 삼는 것이 유익할 듯싶습니다.

한국의 신교육은 당신의 나라 선교사들이 125년 전 이 땅을 찾아올 때 서양의술과 함께 도입한 것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신교육을 전해준 나라의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본받자고 할 정도가 됐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오바마 대통령 당신이 그토록 본받을 것이 많다는 대한민국의 교육이지만 부디 공교육의 현장에 한국의 전교조 같은 불순단체는 허용하지 마십시오.

주권 상실의 치욕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지상의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성공시킨 21세기 모델국가가 되기까지는 우리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과 헌신이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문교육만 강조한 나머지 인성교육이 실종돼가는 우리의 교육과정을 미국은 답습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며칠 뒤 코펜하겐 회의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다시 만나겠군요. 그때 두 분이 협의해서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G20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녹색인성교육'을 꼭 반영해 주십시오. 지구촌의 세기적 과제인 녹색경제성장은 녹색교육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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