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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 캘리포니아에서 온 편지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이후, 수도 없는 대학들이 학교 홍보를 하는 자료와 각종 인쇄물들을 보내왔다. 특히 PSAT와 SAT를 보고 나서부터는 거의 매일 아들 앞으로 학교 안내 자료들이 배달되었다. 장학금 안내와 학교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인쇄물들이 아들의 책상에 수북하게 쌓였다. 귀에 익은 유명한 대학들과 전혀 못들어 본 학교들이 아들에게뿐 아니라 부모인 나에게까지 편지를 보내어 학교를 알릴 때는 그들의 정성에 감탄이 나오기까지 했다. 수많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학교를 알리는 일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온 것이 아닌 편지 하나가 아들에게 배달되었다. 캘리포니아의 어느 도시로부터 온 이 편지에는 한 개인의 이름이 발신인으로 적혀 있었다. 무슨 편지인지 궁금했는데, 아들에게 전해주자마자 답이 나왔다. 아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방에서 나와 기쁜 얼굴로 내용을 보여주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현역 작곡가로부터 온 추천서였다. 아들의 대학 지원을 위해 이미 아들의 지원학교들로 보내어진 추천서를 아들에게도 보내어준 것이었다. 아들은 왜 이리 기뻐할까?

2년 전 아들은 학교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음악 선생님과 함께 연주 곡목을 선정하고 전체 프로그램을 정하는 일을 도운 적이 있었다. 아들이 워낙 영화 음악을 좋아해서 영화 음악을 선정했고, 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이 게임 음악도 골라졌다.

아들은 그 때 곡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미국 동부 버지니아의 한 고등학생이 자문을 요청했을 때,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그 작곡가는 뜻밖에도 흔쾌히 도와주었다. 아들은 그 때 영화 음악과 게임 음악들이 연주되면 무대의 큰 스크린에 영화와 게임의 장면들이 보여지는 콘서트를 계획했었다. 작곡가는 아들의 열성에 감동했는지 아들을 잘 도와주었고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래미상 등 각종 음악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또 수상을 하기도 한 그 작곡가가 한 번 앨범을 발매하면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며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그의 곡들이 버지니아의 한 공연장에서 연주되던 날, 아들은 백스테이지 패스(Back stage Pass)를 받아 연주인들과 작곡가들을 만나는 특혜를 누렸다. 그 작곡가의 배려였다.

아들은 그 날 연주된 곡들을 쓴 여러 작곡가들로부터 씨디에 싸인을 받아서 자랑스럽게 보관하고 있다. 아들은 지난 여름 그 작곡가의 새 앨범이 나왔을 때, 보급 전에 먼저 주문하여 작곡가의 서명이 있는 씨디를 받았다. 그는 아들에게 작곡 과정에서 자신이 메모한 악보들을 기념 삼아 같이 보내왔다.

아들과 그 작곡가의 관계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들은 자기가 쓴 곡들을 그에게 보내어 평가받아 왔다. 자기가 편곡하고 작곡한 것들을 종종 보내어 평가받고 지도받은 후, 고치고 다듬었다. 파일을 보내어 악보와 곡을 동시에 듣고 보는 시대에 아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를 스승으로 삼아 도움받으면서 음악을 즐겨왔다. 그의 곡을 친구들과 함께 수도 없이 연습하여 무대에서 노래했다. 아마도 그는 음악을 향한 아들의 열성을 갸륵하게 보았으리라. 그리고 지난 달 아들은 그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대학 지원을 위한 추천서를 부탁했다.

‘나는 이 학생의 음악을 향한 열성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추천서에는 그 동안 자신이 본 아들의 활동 모습과 아들의 음악 세계, 그리고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이 서술되어 있었다. 2년 전에 시작된 인연, 그 후 음악을 통해 가르치고 배우면서 이어 온 관계를 쭉 적은 그는, 그런 사실들로부터 이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장차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또 어려움이 와도 이겨가면서 음악을 공부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후반부에는 입학사정관으로 하여금 자신이 전문가임을 알게 하여 신뢰를 얻고자 자신이 몇몇 중요한 상을 받은 현역 작곡가임을 썼는데, 그의 추천서는 내가 보아도 감탄이 나올 만했다.

나는 아들이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을 때, 무척 망설이면서 걱정을 하고 은근히 말리기까지 했었다. 음악은 생활 속에서 즐기는 정도만 하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들이 다른 것을 공부하기를 원했었다. 음악을 전공한다는 것이 그리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은 그렇게 준비를 해왔나 보다. 스스로 작곡가에게 연락을 취해 자기 곡을 지도받으면서, 친구들과 부를 노래들을 자기 손으로 편곡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에다가 자기가 만든 음악을 붙여가면서.
부족한 아들을 사랑으로 보아주시는 캘리포니아의 작곡가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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