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노벨평화상 연설 "미군 희생으로 한국 번영"
"내 업적 미미…격려로 생각"
5000여명 곳곳서 반전 시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2009년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자신의 수상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마틴 루터 킹.넬슨 만델라 등과 같은 역대 수상자들과 비교할 때 나의 업적은 미미하다"고 자신을 낮췄다.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자신이 평화상을 받는 데 대해 "군사력은 평화를 지키는 수단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믿음만으로는 평화를 성취할 수 없다. 평화는 구체적인 행동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자신만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과 독일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핵 무기 확산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와 핵 무기 군축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은 핵무기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과 이란 등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국가들에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노르웨이의 하랄 5세 국왕와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 오바마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각국 외교사절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오바마의 수상을 축하했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의 수상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감축 인권 신장 등을 위해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이런 노력은 국제 질서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며 시상 이유를 설명했다.
오바마는 야글란 위원장으로부터 노벨평화상 메달과 상장 상금 10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40만달러)를 받았다. 오바마는 10월 수상자 선정 직후 "상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용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 북한 언급=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수상연설에서 "미군의 희생의 대가로 한국이 평화와 번영을 누렸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2차대전 이후 전세계에 안정을 가져다 준 것은 단지 국제기구나 협정 선언 등이 아니다"며 "미국이 실수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명백한 사실은 미국이 60여년 동안 미국민의 희생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안보를 책임지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어 "미군의 희생이 독일에서부터 한국에 이르는 국가들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켰으며 발칸 지역과 같은 곳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북한 이란과 같은 국가들이 도박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했다.
◇순탄치 않았던 수상 과정= 오바마의 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은 10월 그가 수상자로 선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노르웨이 노벨위는 "오바마 대통령이 인류의 평화적 협력과 국제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조차 "취임한 지 9개월 밖에 안 된 오바마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왔다.
논란은 오바마가 1일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3만 명을 증파하겠다고 발표하자 더욱 불거졌다. 뉴욕 타임스.로이터 등 외신들은 "전쟁 지휘자가 평화상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고 그의 수상을 "모순" "자가당착" "부조화" 등으로 묘사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시상식에 앞서 노르웨이 총리와 면담한 뒤 핵무기 확산방지 등에 성공한다면 일각의 비판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이 열린 10일 오슬로 시내 곳곳에선 평화운동가 5000여 명이 반전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바마의 대선 당시 선거 구호를 비꼬아 '변화(Change)?'라고 쓴 포스터를 시내 곳곳에 붙였다. 오바마가 머문 그랜드 호텔 앞에서는 반전 단체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아프간 전쟁을 중단하라" "기후 변화에 적극 대처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노르웨이 당국은 경찰 병력 2000명과 저격수를 오바마의 숙소와 시상식장 주변에 배치하고 헬리콥터로 감시하는 등 삼엄한 경호작전을 펼쳤다.
이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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