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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을 알면 월드컵 16강 보인다-2]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

조직력 시대에 개인기 앞세우는 그라운드의 자유주의자
선수 땐 현란한 개인기로 상대 진영 들었다 놨다
은퇴 뒤엔 마약·고도비만…감독 되자 팀운영 독불장군

세계는 그의 발끝에서 축구의 황홀경을 맛봤고 그의 기행에 인생무상을 느꼈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49).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그를 못 볼 줄 알았다. 마약 복용에 고도 비만 심장마비로 사경을 헤맸던 그는 위 절제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왔다. 기존의 규범이 싫어 비주류의 길을 자청했던 이 자유주의자는 제도권으로 돌아와 남아공에서 또 한번 일탈을 꿈꾼다. 기성복처럼 특색 없는 현대축구에서 벗어나 향수 어린 남미의 공격축구로….

# 허정무와의 악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허정무가 마라도나를 거칠게 수비하는 장면을 두고 외신은 '쿵후킥'이라는 표현을 썼다. 허 감독은 당시를 생생히 기억한다. 한국은 전반 18분 만에 이미 두 골을 내줬다. 모두 마라도나의 어시스트였다.

대책이 필요했다. 벤치의 김정남 감독은 마라도나의 전담 마크맨 김평석을 빼고 조광래를 투입했다. 그리고 미드필드에 있던 허정무를 수비로 내려 마라도나를 맡겼다. '진돗개'라는 별명답게 허 감독은 마라도나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마라도나와의 대결을 앞두고 사실 겁이 많이 났다. 경기 내내 약을 바짝 올렸다. 그 방법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80년대 초반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뛸 때 요한 크루이프를 꽁꽁 묶어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았던 그였다. 허 감독은 "당시 크루이프는 은퇴 직전이었다.

게다가 나의 도발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달랐다. 심한 파울을 당해도 잠시 짜증을 냈을 뿐 곧바로 경기에 집중했다. 역시 대선수였다"고 말했다.

# 메시에 투영된 마라도나의 향수

마라도나 은퇴 후 아르헨티나에는 수많은 '제2의 마라도나'가 등장했다. 모두 언론과 팬들이 붙인 별명이었다. '후계자 선임'에 인색한 마라도나도 리오넬 메시(22.바르셀로나)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메시는 '원조'로부터 공인받은 유일한 '제2의 마라도나'다. 마라도나는 메시의 플레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메시와 함께라면 월드컵 우승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에 그토록 욕심을 낸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이름을 날리는 메시도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작아진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와 대표팀에서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를 맡으면서도 위치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전방을 누빈다. 이니에스타 사비라는 걸출한 미드필더의 도움도 크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외롭다. 리켈메마저 떠난 지금 메시를 받쳐줄 조연이 없다.

플레이메이커 겸 처진 스트라이커로서 팀 공격을 풀어내야 하는 메시의 부담이 크다. 제아무리 메시라 하더라도 압박의 강도가 약했던 80년대 대여섯 명을 제치고 골을 넣던 마라도나의 모습을 재현할 수는 없다. 메시라는 보물을 손에 쥔 마라도나 감독의 숙제다.

# "날 간섭하지 말라"

감독이 됐지만 여전히 그는 독불장군이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지도자 마라도나의 경험부족을 메우기 위해 명장 카를로스 빌라르도를 총감독으로 선임했지만 마라도나는 그를 벤치에도 앉지 못하게 한다. 지난 9월 브라질과의 홈경기 장소가 리버 플레이트의 홈구장으로 정해지자 로사리오로 변경했다.

친정팀 보카 주니어스와 원수지간인 리버 플레이트 경기장은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많은 축구 전문가도 마라도나의 축구 색깔을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압박과 역습으로 통일돼 가는 현대축구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브라질도 개인기를 버리고 조직을 선택했다. '전술이 없다'는 마라도나의 축구는 조직보다 개인이 우선이다.

# 허정무팀의 공략법

아르헨티나 팬임을 자처하는 김호 전 대전 감독은 "지금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수비에 있다. 수비는 공격의 시작이다. 수비가 약해지면서 공격으로의 전환도 느려졌다. 수비 없이 월드컵 우승은 무리"라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드와 최전방 라인은 세계 정상급이다. 하지만 세대교체에 실패한 수비라인은 경기 때마다 선수 구성이 바뀌고 있다. 공격수 출신인 마라도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는 남미 예선 때 고지대 원정에서 고전했다.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치를 요하네스버그가 1753m 고지대다. 체력전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 측면 수비수인 에인세나 사네티가 노장이라 기동력이 떨어진다. 측면 공략에 성패가 달렸다"고 분석했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 생년월일 : 1960년 10월 30일(49세) ● 별명 : 악동.풍운아

● 지도자 경력 : 만디유 데 코리엔테스(아르헨티나 4부리그.1994) 라싱 클럽(1부리그.1995) 아르헨티나 대표팀(2008~)

● 선수 경력 : 아르헨티노 주니어스(1976~81)-보카 주니어스(1981~82)-바르셀로나(1982~84)-나폴리(1984~91)-세비야(1992~93)-뉴웰스 올드보이스(1993)-보카 주니어스(1995~97)

● 주요 수상 경력 : U-20 월드컵 골든볼(1979) 멕시코 월드컵 골든볼(1986) FIFA 팬 선정 20세기 최고의 선수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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