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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베토벤의 청각장애 (Ⅱ)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러나 귀머거리는 인간을 사회에서 분리시키고 소외시키는 질환이다. 이 점을

헬렌켈러는 이렇게 요약했다. “눈이 멀게 되면 사람은 사물로부터 분리된다. 한편 귀가 멀게 되면 사람은 타인들로부터 분리 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각 장애자들은 사회로부터 시각 장애자들만큼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베토벤에게 청각장애를 일으키게 한 질병은 과연 무엇일까? 학자들은 저마다 그 원인으로 ‘매독’, ‘이경화증(耳硬化症, Otosclerosis)’,‘신경성 귀머거리’,‘뇌막염’,‘중이염(中耳炎)’과 같은 병들을 의심해왔다.

그런데 반복된 중이염으로 인한 귀머거리는 가장 신빙성이 낮다. 중이염이 있으면 보통 귀에서 진물이 흘러나오고 난청 증세가 급격해 악화되며 ‘내이 전정(內耳前庭, Vestibule)’의 증상(주로 심한 어지러움증)이 발생하며 통증을 호소한다.



그러나 베토벤에서는 그런 증상이 없었다. 부검 결과를 보아도 고막이 뚫린 소견이 없었으며 중이염에서 흔히 동반되는 유양돌기(귀 바로 뒷부분에 있는 뼈)에 염증이 없었다.

뇌신경 중 8번째인 청각신경의 손상을 이야기도 한다. 그것은 베토벤이 1815년에 넘어진 적이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기록한데 의존한 가설이다.

그러나 그가 넘어졌을 때 심한 두개골 손상을 받은 것 같지 않다. 또 그 무렵이면 베토벤은 청각 상실로 인해 깊은 절망 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의심에 별로 신빙성을 두기 힘들다.

신경 손상에 의한 장애라는 견해의 신빙성은 오히려 그가 초기에 고음 청취에 지장을 받은 사실에 있다. 이것은 신경성 장애 때 자주 보는 현상이다. 그리고 사망 후 실시된 부검에서 실제로 청각 신경이 수축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경성 장애는 점차 악화되는 경우가 드물고 어지러움과 ‘안구진탕증(Nystagmus)’이 같이 나타나는데 베토벤은 그런 증상을 보인 적이 없다.

매독을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 이론은 단지 베토벤이 1814년경 수은제(水銀製)고약 처방전을 지녔다는데 근거를 둔다.

그러나 당시 수은제 고약은 매독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피부 질환에 사용되었다. 그는 매독환자들이 보이는 피부 발진 기록이 없고 또 매독성 청각장애에서는 고음 장애와 저음 장애가 동시에 온다.

베토벤은 귀울림을 호소했고 또 증세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기 때문에 이경화증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이 견해는 오래 동안 여러 학자들이 지지해 왔다. 그러나 이 병에서 흔한 내이 전정의 증상도 없었으며 부검 시 귀 속의 뼈들이 서로 붙거나 굳어진 특징을 발견할 수 없었다.

베토벤의 청각 장애는 결국 ‘페이젓 병(Paget's Disease)’으로 밝혀졌다. 당시 비엔나에서 6만번 이상 부검을 실시하여 가장 유명한 병리학자로 알려진 로키탄스키 박사의 의해 증명되었다.

이 병은 백여 년 전 영국의 저명한 외과의 제임스 페이젓 경이 처음으로 발견한 병이다. 일종의 골격세포의 이상으로 세포가 마구 자라 부분적으로 뼈가 크게 자라기도 하고 새로 생긴 뼈가 대치되지 않은 부분은 약해져서 골절이나 변형이 생긴다.

베토벤은 머리가 크고 비대칭이었으며 이마가 넓었다. 안구 주위의 뼈가 두꺼웠고 아래턱이 튀어나왔다. 또 손과 손가락들도 체구에 비해 컸다.

그의 경우 귓속을 형성하는 뼈가 자라 유스타키관이 점차 좁아졌다. 조금씩 뼈가 자라면 관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그 결과 청각 신경은 계속 압박됐고 그 결과 신경이 손상이 심해져서 귀머거리로 발전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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