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자녀의 운전 면허, 부모의 걱정

아들이 운전 면허를 받아서 차를 혼자 운전하게 된 것은 지난 여름이었다. 만 17세가 되기도 전에 아들이 운전 면허를 받은날, 아들은 마냥 기뻤고 나는 걱정이 하나 늘었다. 그 전까지 임시 면허를 가지고 조심하던 아들이 정식 운전 면허를 받고 행여 방심하지 않을지 염려가 되었다.

페어펙스 카운티 가정법원에 와서 운전 면허증을 받으라는 통지에 처음에는 어린 초보 운전자들을 단단히 교육시키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보호자까지 와야 한다기에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교통 안전 교육, 필기 시험, 부모와의 연습, 운전 학교 과정을 마치고도 다시 부모들을 법원으로 불러들이는 이유를 법원에 가고 나서 알았다.

아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모여서 교육을 받는 곳은 마치 자녀들의 성인식같은 분위기였다. 교육을 받고 나면 그리도 갖고 싶던 운전면허를 손에 넣는다는 들뜬 기대와 함께 그 곳이 법원이라는 엄숙함이 합쳐져서 아이들과 부모들의 얼굴에는 조용한 설레임들이 그대로 보였다.

출석 확인 후, 시간이 되어 페어펙스 카운티 경찰의 고위직 경관이 나와서 비디오 한 편을 보여 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날의 교육을 통상적인 교육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경관이 입을 열어 교육을 시작했을 때부터 모든 참석자들은 그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20년 넘게 경찰로 일한 그는 정확한 통계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제 곧 운전 면허증을 받을 아이들과 부모들을 교육했다. 그는 매우 놀랍고도 수긍이 가는 내용을 전함으로써 교육 효과를 높였다.

그는 우선 아이들에게 80대 노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싶냐고 물었다. 감각 기관과 운동 기관의 노화로 운전이 쉽지 않은 노년층에서 사고가 많은 것은 당연한데, 16세와 17세 운전자들의 사고횟수가 80대 노인과 비슷하게 많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그래서 어린 학생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은 80대 노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과 사고 통계 측면에서 비슷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 만만해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그러면서 우리 카운티에서 한 해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교통 사고의 발생 지점을 표시한 지도를 보여주었다.

큰 지도에다가 작은 점으로 사고 지점을 표시했는데 곳곳에 점들이 모여서 마치 색을 칠한 것 같은 부분들이 있었다. 사고가 많았던 지역인데, 모두가 다 고등학교 주변이란다. 더 해설이 필요없는 지도였다.

아이들을 향한 경관의 경고는 계속되었다. 그는 운전 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가 자살 행위라고 힘주어 말했다. 운전 중 시선을 전방으로부터 전화기로 옮기는 아주 짧은 순간에 사고가 일어나니 제발 운전중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

신호 대기 중 차량을 잠시 정지시키는 것은 여전히 운전중이므로 운전에만 신경을 쓸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운전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받다가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고 통계를 제시했다. 모두가 귀를 기울여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는 통계와 사실의 제시로부터 감성에의 호소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의 경찰 경력 20년이 넘는 동안 가장 괴로운 일은 십대 운전자의 사체를 찌그러진 사고 차량으로부터 꺼내는 일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마주치는 십대 운전자 사체의 처참함은 말로 할 수 없다. 꽃다운 나이에 운전 부주의로 세상을 떠나는 그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리고 그들의 사체를 수습하는 일 다음으로 괴로운 일은 사망한 십대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자녀의 사망을 통지하는 일이다. 갑자기 자녀의 사망을 마주치는 부모들의 절망을 수도 없이 보면서 그는 자기 직업이 대단히 괴로운 직업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운전 면허증을 받기 위해 그 자리에 나온 모든 십대 자녀들과 부모들의 얼굴이 숙연해졌다. 이제 그는 부모와 자녀들에게 마지막 한방(?)을 날렸다.

그는 경관으로서 그가 본 부모들의 심리 상태를 십대 운전자들에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십대 자녀가 차를 운전하여 외출하면 부모들은 심리 상태가 ‘비상’ 체제로 전환된다. 걸려 오는 모든 전화를 받을 때 가슴이 뛴다. 혹시라도 크고 작은 교통 사고의 연락이 올까 두렵다.

그리고 멀리서부터 앰뷸란스나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들려오면 공연히 마음 깊숙한 곳에 ‘혹시’ 하는 걱정이 든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자리의 모든 부모들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경험을 한 것이 틀림없다. 부모로부터 듣는 이야기를 또 하나의 ‘잔소리’로 여겼던 그 자리의 십대들도 여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완전히 공감을 하는 눈치였다.

그 날 판사는 운전 면허증을 아이들에게 주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면 부모도 함께 나오게 해서, 축하한다는 말은 자녀에게 하고, 부모에게 운전 면허증을 전달했다. 십대 자녀의 운전과 관련해서 부모에게 책임을 느끼라고 하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았다.

수 개월이 흐른 지금 나는 얼마나 걱정을 덜었는지 생각한다. 차이는 있지만 걱정은 조금씩 여전한 것 같다. 사고 없이 운전하는 아들이 고마운데, 항상 차조심하라고 말씀하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울린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