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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진출 한국 기업 지사장들의 고민] '승진 누락 불안감' 오로지 실적만이 살 길

'개인적인' 미 직장문화 당황…미 실정 모르는 시지도 난감
시차로 주말·야간근무 잦고…자녀교육 퇴사후 정착 많아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한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미주 진출을 꽤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 기아 자동차,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삼성 전자, LG 전자 등 대기업 부터 최근들어 교촌 치킨, 오스템, 미스터피자 등 중소기업까지 미주 진출이 활발하다.

이들은 지사 또는 법인의 형태로 미주에서 자리를 잡고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본사를 대신해 미국 지사·법인을 이끄는 대표들의 부담이 크다. 이들의 고민들을 들어봤다.

▷실적만이 살길=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에서 통하면 전 세계에서 통한다'는 말이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미주 지사.법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만큼 이들 대표들의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결국 '숫자'가 이들 대표들의 판단 기준이 된다.

하지만 경제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지상사.법인들의 실적이 떨어져 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더욱 크다.

기업은행 뉴욕 지점의 임상현 지점장은 "솔직히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특히 요즘같은 경제위기에는 어쩔수 없이 실적이 떨어질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평가는 실적이 기준이 돼 밤잠을 제대로 못잘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기업 미주 지사의 한 지사장은 "한국에서는 실적과 함께 친분이라는 요소가 인사 평가에 가중치를 받는 경우가 있다. 믿을만한 사람이면 실적이 나빠도 믿어주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사의 경우 인사 평가의 기준은 오로지 실적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황스런 직장 문화=한국에서 파견나온 이들 대표들을 당황케 하는 것이 바로 미국의 직장 문화다. 업무 처리를 위해 밤 10시 11시까지 야근을 하는 한국 기업 문화와는 달리 미국 직장 문화는 그렇지 않다.

하나투어 이영문 지사장는 "한국과 조직 문화 자체가 달라 처음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지금도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직원들과의 조화"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까다로운 노동법 역시 골치거리다. 오버타임 종업원 상해보험은 물론이고 직원들이 갖가지 인종 성 차별 등 소송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하이코 중공업의 정병혁 지사장은 "노동법 소송 문제를 주의해야 한다"라며 "실례로 한 미국인 직원이 한인 직원끼리 한국말로 대화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껴 회사에서도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본사는 미국을 몰라=이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본사'의 한국적인 마인드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이 있지만 본사로부터 미국 물정과 맞지 않는 지시가 내려올 때가 가장 난감하다.

식품관련 지상사 대표는 "한국에서는 각종 통계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만 미주 한인 시장은 그와 같은 통계가 없다. 하지만 본사에서는 이같은 현실을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족과 일사이 고민= 미국 지상사의 경우 파견을 나왔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에 정착하는 직원들이 타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대부분 자녀교육이 그 이유다. 3~5년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녀들이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된다는 것.

헤드헌터업체 세스나의 김성민 지사장은 "본사 입장에서 해외 파견을 나갔다가 주재국에 정착하는 직원이 10명이라면 그중 9명은 미국에 파견나온 직원들로 보면 된다"며 "특히 자녀 교육 문제가 정착의 주요 이유"라고 전했다.

▷멀어지는 출세길='눈에서 안보이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이들 대표들을 가장 불안하게 한다. 본사에서 인정받아 미주 지사.법인 대표로 발령이 났지만 승진 누락에 대한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김성민 지사장은 "아무래도 해외에 나와있는 만큼 본사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시간이 남들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며 "실제로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퇴사한 임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곤한 시차= 아무래도 지사.법인이다 보니 본사와 의사소통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문제는 시차. 한국 시차에 맞춰야 하다보니 저녁 근무 또는 주말 근무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지상사.법인 대표들은 한국시간으로 월요일에 열리는 임원회의 참석을 위해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보험공사 황인규 지사장은 "바쁜 날이면 서울 업무가 시작되는 오후 4시부터 본사에서 각종 지시가 떨어지는데 이런 날은 제시간에 퇴근하기 힘들다"며 "그나마 서울과 업무시간이 겹치는 LA는 뉴욕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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