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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풍성해지는 추수감사절 식단, 채식주의자들 "우린 터키 대신 토푸키(터키모양의 두부요리)"

고구마 프라이·잣이 들어간 브로콜리요리 등
일부 식당선 벌꿀 케이크·튀긴 채소 선보여

추수감사절은 식탁이 풍요로운 명절이다. 절로 군침 돌게 하는 먹거리들이 식탁을 가득 채우는 게 다반사다.

그렇다면 날로 늘어나는 채식주의자들의 식단은 어떨까. 터키를 빼고 나면 팥속 없는 찐빵과 마찬가지로 풍요롭기는커녕 빈약한 추수감사절 식탁이 될 게 뻔한 상황이어서 그렇다.

CNN방송은 그러나 "채식주의자들의 추수감사절 테이블은 날로 풍성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메뉴가 넘쳐난다고 최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식물성이지만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는 채식주의자들의 '전통적인' 추수감사절 메뉴다. 두부를 뜻하는 영어 단어 토푸(Tofu)와 터키의 합성한 이른바 '토퍼키'(Tofurkey)는 꽤 오래전부터 채식주의자들의 추수감사절 식단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추수감사절 터키 마냥 토퍼키에는 호박(스쿼시)을 채워 넣는다. 이밖에 추수감사절 스튜에 꼭 들어가야 할 스쿼시 옥수수 콩 등 '3대 채소' 또한 빼놓지 않고 식탁에 올려진다.

중가주의 샌루이스 오비스포에 거주하는 채식주의자인 주디스 로티너(63)는 CNN과 인터뷰에서 "추수감사절에 터키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같은 동네에 사는 채식주의자들과 함께 이런저런 음식을 차려놓고 추수감사절 모임을 한다고 말했다. 25년 전부터 채식을 해왔다는 그녀는 버터 대신 마가린을 사용하고 유지방 아이스크림 대신 식물성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

최근 들어서는 로티너 보다 한발 더 앞서나가는 채식주의자들도 많다. UCLA 인근 브렌트우드에 거주하는 멜리사 맬콤비는 "식물성 음식재료로 터키 비슷한 모양을 만드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이 될 수도 있다"며 "매년 추수감사절 때마다 새로운 채식 식단을 꾸미는 게 가족의 전통이 됐다"고 말했다.

예컨대 고구마 프라이나 잣 등이 들어간 브로콜리 등의 메뉴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쌀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식 식단을 꾸며보기도 한다.

한마디로 미국 전통의 추수감사절 음식을 차리기보다는 이국적인 음식을 실험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문화적 바탕이 다른 이민자들 가운데는 터키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식단으로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인도 등지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스와티 크리슈남은 "채식이라면 단조로운 식단을 먼저 떠올릴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터키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메뉴들을 이번 추수감사절에 내놓을 것이라 말했다. 버섯 칠리 비스킷 바나나 파이 양념 두부 등 양 손가락으로 꼽아도 부족할 만큼 그녀는 다양한 메뉴를 염두에 두고 있다.

크리슈남은 "식탁이 풍성해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터키가 빠졌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는 게 추수감사절 식단 짜기의 목표"라고 말했다.

크리슈남은 콩을 잘 이용하면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식성도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를 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들이 늘면서 일부 식당에서도 추수감사절 채식 메뉴를 내놓고 있다.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한 식당 수석주방장인 스콧 존스는 튀긴 채소와 두부 벌꿀로 만든 치즈케이크 등을 추수감사절 메뉴로 추천했다.

그는 "지금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라며 다양한 채소 음식에 주목한다면 동물성 단백질 생각이 더 이상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메뉴가 가정이나 식당 할 것 없이 채소 위주였던 한국의 옛날 추석상을 일면 닮아가는 양상이어서 흥미롭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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