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한글학교여 영원하라

아들은 지난 주말에 학교 음악 선생님의 부탁으로 학교 밖의 한 행사를 다녀왔다. 음악 선생님께서 참여하시는 어떤 음악회였는데, 아들에게 촬영을 부탁하신 음악 선생님께서는 약간의 용돈도 아들에게 주신 모양이다. 매사에 시간을 돈으로 계산하는 미국의 문화인 것 같기도 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이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 것으로도 보였다.

아들은 촬영 장비를 챙겨서 혼자 차를 몰고 가서 주말 밤 늦게까지 그 행사를 촬영하고 왔다. 얼마 전만 해도 음악 선생님과 마찰을 빚었던 아들이라 그렇게 선생님께서 아들을 불러주신 것도 각별하고, 아들이 가서 돕는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아빠, 유태인들은 미국에서도 이스라엘 국가를 부르더라구요.”

아들은 다음 날 아침, 등교 길에서 자기가 갔던 음악회에서 본 것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들의 음악 선생님은 유태인이시다. 그리고 그 날의 행사는 유태인들의 음악회였다. 유태인 커뮤니티에서 유태인들이 모여 준비하고 개최한 음악회여서 청중도 유태인이 대부분이었다.

아들은 음악회를 촬영하러 갔기 때문에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기록을 위해 음악 이외의 것들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우선은 장소부터 유대교의 회당이었고, 행사 전반에서 유태인들의 자부심이 넘쳐났다. 아들의 눈에 그 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석한 사람들이 이스라엘 국가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우리도 한인 커뮤니티에서 모이면 행사를 시작할 때 애국가를 부르는데 그것이 왜 그렇게 인상적이었을까? 이스라엘 국가를 부르는 유태인들의 얼굴에서 아들은 그들의 민족적 자부심과 함께 강한 애국심을 보았다. 상투적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진지함으로 힘있게 부르는 모습에서 아들은 강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민족’이라는 주제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잊지 말아라, 너는 한국인이다. 어디를 가든지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된다. ”

아들에게 한마디 하고는 아들이 미국에서 자라는 동안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잘 알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러 민족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하지나 않을지 의문을 가진다. 그저 모두가 미국인으로만 사는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는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어느 정도 깊게 인식하는지.

집에서는 반드시 우리말만을 하기로 했던 10년 전의 결정, 그리고 아내와 나의 독한(?) 추진력 덕에 아들이 우리말을 그나마 지키고 있는 것을 나는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미국 사회가 영어로 돌아가는데 집에서는 우리말을 쓰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엉뚱하고 실제로 쉽지 않다. 그러나 아들이 우리말을 지킨 덕에 아들과 우리말로 마음을 나누면서 살아왔고, 영어를 했더라면 그만큼 만들지 못했을 정서적 유대감도 갖게 되었다. 또 아들이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우리말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서울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겨우 한 학기만을 마친 아들이 나의 공부 때문에 미국에 왔을 때, 나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 아들을 한글학교에 보내었다. 한국 유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던 그 도시에 유일하게 있던 그 한글학교는 유학생인 부모들이 모여 자신의 자녀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소중한 장소였다. 아들은 금요일 오후면 거기서 한국 친구들과 함께 우리말을 배웠다. 그리고 머지 않아 교사부족으로 인해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나는 음악 시간을 만들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알고 부르는 노래가 있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따라 만들어진 그 음악 시간에 나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면서 한글학교를 아이들이 더 좋아하기를 원했다. 매주 간단한 게임을 하고 동요를 함께 불렀다. 눈을 반짝이며 우리말을 따라 하고, 즐겁고 신나게 동요를 부르던 아이들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퐁당 퐁당’과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를 부르던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미국 남부의 지방 도시 한인교회 건물에서 금요일이면 흘러나오던 한국 동요, 한국 어린이들의 노래 소리를 나는 평생 못잊을 것 같다.

나는 거기서 아이들에게 애국가를 가르쳤다. 한국을 떠나 있는 어린 아이들이 그 뜻까지는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애국가를 알아야 하기에 당연하게 여기면서 가르치고 함께 불렀다. 후에 여행길에서 일곱살짜리가 차 뒷 좌석에 앉아 혼자서 애국가를 부르는데 눈물이 나더라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는 공부에 지쳐도 늘 그 시간을 준비하고 시간을 썼던 나에게 가장 큰 상이었다.

오늘 미국의 크고 작은 도시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한글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언어를 넘어 민족 정체성과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우리들이 스스로 한민족의 자부심을 잃어버리면 누가 우리들을 존중하겠는가? 한글학교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한글학교여 영원하라.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