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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제압 한인업주…긴박했던 5분 "총 안쏘면 내가 죽는 상황"

"건물 안팎에 보안 장비, 군대 경험이 목숨 살려"

17일 밤 9시 30분께. 평소 밤 10시면 문을 닫는 장씨의 가게는 이미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에 복면을 한 괴한들이 총을 들고 들이닥쳤다. 다행히 카운터는 방탄유리로 돼 있어 강도와의 직접 대면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한은 물건을 내주고 돈을 받는 좁은 판매창구로 얼굴과 함께 권총을 들이밀었다. 카운터 안 좁은 공간에 있던 업주 장씨와 히스패닉 여종업원은 갑작스런 사건에 놀라 카운터 공간 한켠으로 몸을 피했다.

판매창구는 측면 역시 방탄 작업이 돼 있어 카운터 구석까지 쉽게 총을 겨눌 수는 없는 상황. 이때 이 괴한이 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이대로 강도가 안으로 들어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순간 장씨는 꿈틀거리며 들어오는 괴한의 권총을 손으로 뿌리쳐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괴한은 몸을 들이밀며 카운터 안으로 들어왔다. 떨어진 총을 잡으려 하는 것 같았다.



순간 장씨는‘이 총을 빼앗기면 나는 바로 죽는다’는 생각을 했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곧바로 총을 집어 들었고, 엉겹결에 괴한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가슴에 총을 맞은 괴한은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문제는 이미 가게에 들어와 출입문 쪽에 버티고 있던 또 다른 일당이었다. 역시 총을 들고 있는 그를 피해 장씨는 방탄유리 뒷문을 열고 카운터를 빠져 나왔다. 여종업원은 카운터 구석에 몸을 웅크린채 쪼그려 있었다.

장씨의 가게 구조는 카운터를 나와 코너를 돌면 주방 시설이 나온다. 델리를 함께 운영하는 가게 특성상, 주방은 가게 로비와는 벽으로 막혀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비상벨과 전원 스위치는 주방과 로비 사이 출구 쪽에 있었다. 장씨는 먼저 전원 스위치를 내렸고 이어 비상벨을 눌렀다. 가게 안은 칠흑같은 암흑으로 변했다. 이미 총소리에 놀란 공범은 같은 일당의 이름을 부르며 카운터 안을 살피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는 황급히 달아났다. 사이렌 소리는 적막을 깨고 동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범인이 달아난 뒤에도 장씨는 한동안 충격과 놀라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는 순간에도 떨려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신속히 달려왔지만 숨진 강도의 시신은 이튿날 새벽 3시까지도 처리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장씨는 5년전 세븐일레븐이던 지금의 가게를 인수, 델리와 그로서리, 각종 편의용품, 리커스토어, 세탁소 등 종합 마트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에는 한달새 2차례나 총기 강도를 만나기도 했다. 싸늘한 총구가 머리에 닿는 순간의 공포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 터였다. 당시 장씨 부부는 각각 4000달러와 300달러의 현금을 건네주고야 목숨을 겨우 건질 수 있었다.

그같은 악몽을 겪은 후 곧바로 계산대를 방탄유리로 바꿨고 감시용 카메라를 가게 곳곳에 설치했다. 비상경보기까지 건물 내외곽에 달아 놓았다. 이같은 보안 장비 탓인지 주변 가게들이 잇달아 털렸지만 장씨의 가게 만큼은 그 후 4년간 건재했다.

장씨는 한국의 육군 장교 출신이다. 총기를 익숙히 다뤄 본 군생활의 경험이 이번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준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범인이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는‘빈틈’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강도와 직접 맞닥들이는 상황이었다면 무모한 행동일 수도 있었으나 생명이 극도로 위협받는 순간에 벌어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그는 믿고 있다.

천일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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