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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방' 지키는 종유석 샹들리에 장관

거대하게 솟은 화산석, 바위 전체에 구멍 숭숭
뜨겁던 태양 기우니 황홀한 황금빛 세상

■ 미첼 동굴(Mitchells Caverns)

사막에 종유석 동굴이라니. 세코이아 국립공원 말고는 이 근처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종유석 동굴이라니 당연히 들러야 할 곳이다.

켈소 모래 언덕을 가는 길에 조금 더 돌면 되는 곳이다. 해발 6608 피트의 프로비던스 산맥 주립 레크리에이션 지역(Providence Mountains SRA)의 중턱에 출구와 입구가 있다.

한번 관람 인원이 25명이라 1시까지는 가야 한단다. 다행히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이 근처에서 유일하게 받는 입장료를 내려고 하니 3달러가 모자란다.

카드는 취급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 아내가 남겠다는데 레인저가 그냥 들어가라며 미소를 짓는다. 굳이 지불할 방법을 물으니 명함을 주며 체크를 보내란다. 입장권과 함께 초컬릿도 한 줌 받아든 아이들은 신이 났다.

그러고 보니 바로 오늘은 핼로윈.

시간에 맞춰 비지터 센터에 모이니 국립공원 파크 레인저가 인사를 한다.

티켓은 주립공원 레인저가 팔고 가이드는 국립공원에서 맡고 있단다.

동굴속에서는 종유석을 만져도 안되고 단지 방문객일 뿐인 우리들은 동굴의 거주자인 동물들에게 해를 끼칠 자격이 없으므로 카메라 후레쉬도 금지한단다.

LA에 살았던 미첼 부부가 1934년부터 1954년까지 바로 이 곳에서 동굴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숙소를 운영해서 그 이름을 딴 미첼 동굴은 2억 5000만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바다 속에 있었던 이 곳이 고대 동식물에서 공급된 탄산 칼슘이 미네랄 워터에 섞여 석회암 동굴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윽고 동굴 입구에 이르렀다.

어른 한 명이 지날 수 있는 입구를 들어서자 아래로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 아래에 이르러 희미한 조명에 눈이 익숙해 지니 비로소 동굴의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천정에서 자라 내려온 종유석 기둥들이 삐죽삐죽 모습을 드러낸다. 악마의 샹들리에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1956년에 주립공원으로 편입되고 1994년에 국립 보존지구의 일부가 됐다. 초창기에는 선사시대의 동물 잔해와 초기 원주민들의 유물도 발견됐다고 한다.

좁은 계단을 오르니 일행이 탄성을 지른다. '여왕의 방'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종유석이 화려하다.

다시 좁은 인공터널을 지나니 다시 동굴이 시작된다. 알고 보니 두개의 동굴을 인위적으로 터널을 뚫어 합쳐 놓은 것. 마침내 1시간 30분간의 사막 동굴 탐험이 끝났다.

주중에는 오후 1시 30분 한 차례 주말에는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3시 세 차례 가이드 투어가 실시된다. 입장료는 성인 6달러 17세 미만은 3달러.

■ 켈소 모래언덕(Kelso Dunes)

사막이니 당연히 모래언덕 쯤은 있어야 하겠지만 데쓰 밸리의 그것보다 더 넓다니 놀랍기만 하다. 차창밖으로 아까부터 보이기 시작한 모래 언덕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듯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

시간은 오후 세시를 넘기고 있다. 아이들은 이미 친구들과의 핼로윈 약속을 포기한 듯 볼이 잔뜩 부어있다. 언제 다시 오랴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가벼워진다.

주차장에 차를 대니 눈앞에 거대한 모래 언덕이 자리한다. 하지만 또 얼마나 걸릴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이미 시간이 늦은 탓인지 찾는 이는 많지 않다. 카메라를 둘러 메고 앞서 걷기 시작한다.

어디서 부터인지 발걸음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지만 속도를 늦출 수 없다.

숨이 차고 발목은 모래속으로 파고 들지만 해지기 전에 언덕 꼭대기에 서서 반대쪽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드디어 600피트의 꼭대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경사도 급하고 모래는 더욱 고와진다. 한발자국을 내 딛으면 한 발자국 밀려난다. 어느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어디선가 북소리와 징소리를 합친 듯한 괴이한 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이니 바로 내 발 아래서 들리는게 아닌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몸에 전율을 일으키게 한다. 모래 속에 귀신이라도 있단 말인가.

모래가 울음을 운다는 중국의 명사산이 이랬단 말인가.

울음소리에 익숙해지니 밟기가 신난다. 드디어 칼날 같은 모래 능선에 섰다. 반대쪽으로도 끝이 없는 모래 언덕이 펼쳐져 있다. 전체 넓이가 45스퀘어 마일에 이른다. 이 모래언덕을 지도에는 '악마의 놀이터'(Devils Playground)라고 적혀 있다.

언제 해가 졌는지 모래 언덕이 황금빛에서 붉은 포도주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어느새 저 건너편 산 등성이 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 올랐다.

▷가는길: LA에서 라스 베가스로 가는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 바스토우(Barstow)이 이르러 40번 프리웨이로 갈아 타고 동쪽으로 간다. 바스토우에서 홀-인-더-월과 미첼 동굴로 들어가는 도로인 이섹스 로드(Essex Rd.)까지는 100마일. 켈소 모래 언덕은 40번 도로로 22마일 돌아나와 켈베이커 로드(Kelbaker Rd.)에서 내려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된다.

이 곳들 말고도 말라버린 소금호수로 유명한 '지직스'(Zzyzx) 화산활동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신더 콘 라바 베즈'(Cinder Cone Lava Beds) 등의 볼거리가 많다.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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