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 사막' 비경을 찾아서···눈으로 손으로 읽는다 '태고의 메시지'
'목은 말라서 쉰 소리만 나고 입술은 타서 갈라지는데 사방이 모래천지여서 내리 쬐는 폭염을 피할 손바닥만한 그늘도 없다.'누구나 떠 올리게 되는 그 사막이 우리 곁에 너무도 가까이 존재한다. 앤자 보레고 데쓰 밸리 죠수아 트리 모하비 사막이 그렇다.
지난 달 말 북쪽의 데쓰 밸리와 죠수아 트리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모하비 국립 보존지구(Mojave National Preserve)를 다녀왔다. 15번과 40번 사이의 160만 에이커에 달하는 불모의 땅이 모하비 국립 보존지구다. 이곳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모래속의 '진주'들이 많다. 종유석이 삐죽삐죽한 동굴에 구멍 숭숭 뚫린 거대암벽 모래 둔덕 등.
기껏해야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라스 베이거스로 '황금'을 좇으러 가는 길에서 일별 했을 터. 기자가 찾은 모래 속의 '진주'를 소개한다.
■'구멍 뚫린 벽'(Hole-in-the-Wall)
사막의 아침은 청량하다. 새벽 여명에 캠프장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언덕이 붉게 타오른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캠프장 시설에 아내는 연신 흡족한 미소를 머금는다. 코끝으로 싸아한 공기가 스며드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금요일 퇴근 후 서두른 길이 자정에 이르러서야 텐트를 칠 수 있었지만 아이들도 사막에서 맞는 아침이 즐거운 모양이다.
주말마다 바쁜 가족들을 구슬려 나서야 했던 터여서 미안했었는데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토요일 오후에 돌아가게 되니 가족 모두 마음이 편안하다.
그러나 예정했던 곳들을 모두 들르자면 서둘러야 한다. 더군다나 오후에는 아들 딸 모두 친구들과 핼로윈 '트릭 오 트릿'약속까지 있으니.
아침은 간단하게 쌀국수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니 간편하기 그지없다.
캠프장 바로 옆에 있는 안내소에 들르니 한쪽에는 이곳에서 채집한 동물들의 뿔 뼈 가죽 사막 거북 등껍질 따위가 박스에 담겨 있다.
첫 일정은 거대하게 솟은 화산석 주위를 한바퀴 도는 것이다. 화산 분출때 쏟아져 나온 마그마에서 개스가 빠져 나가면서 바위 전체에 구멍을 숭숭 뚫어 놓았다.
주차장 왼쪽으로 시작하는 트레일을 따라 남쪽 모퉁이에 이르니 사진에서만 보던 암각화(Petroglyphs)가 눈앞에 나타난다. 검붉은 암벽에 돌로 긁어 놓은 그림이 무언가 태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지만 요령부득.
이 그림들은 AD 1000년경 이곳에 살았던 쇼쇼니(Shoshone)와 파이우트(Piute) 부족의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바위를 오른쪽에 두고 돌아가니 거대한 협곡으로 트레일이 이어진다. 길이 있을까 싶어 들어선 계곡에서 가족 모두 잠시 말문이 막힌다. 가보진 않았지만 터키의 가파도키아가 이런 느낌일까. 구멍이 숭숭 뚫린 거대한 수직의 암벽이 계곡을 내려다 보며 압도한다. 햇볕도 비켜 가는 듯 골짜기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아이들은 실컷 메아리를 즐긴다.
레인저가 일러준 대로 계곡 안으로 들어가니 길은 다시 좁아진다. 비가 오면 물길이 될 이 좁은 계곡을 지나야 다시 안내소로 돌아가게 되리라.
경사가 급한 곳에는 금속 링이 박혀 쉽게 지날 수 있게 해 놓았다. 협곡을 지나니 넓은 평지가 나타나는데 오른쪽으로 전망대 표시가 있다.
안전하게 가이드 레일을 설치한 전망 포인트 끝에 서니 오금이 저린다. 머리 위에서 부터 깊은 발 아래까지 기묘하게 생긴 검붉은 절벽이 둘러치고 있어 다른 세상에 온 듯 하다.
비로소 다시 안내소에 돌아왔다. 한바퀴 도는데 1.5마일
글.사진 백종춘 기자 jcwhite100@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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