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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 최고 은행분석가 리처드 보베 "상업용 부동산(빌딩·오피스텔) 뇌관 터져도 2차 위기 없다"

올 2분기까지 부실 0.3% 불과
늘어나도 3% 선은 넘지 않아
제2의 서브프라임은 아닐 것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너무 쉽게 말한다. 위기의 또 다른 후유증인 듯하다."

미국 최고 은행분석가인 리처드 보베(68.사진) 로슈데일증권 이사의 말이다. 위기를 거치며 전문가들이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쉽게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전화 인터뷰였지만 그의 말에는 그런 세태를 못마땅하게 보는 속내가 역력했다. 하지만 그는 황소(낙관론자)는 아니다.

2007년 이후 미 은행들이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 게 그다. 그의 말마따나 요즘 빌딩.오피스텔.창고 등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며 2차 은행의 위기 경고가 나온다. 그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은행 분석 전문가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채권이 빠르게 부실화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빈 사무실이 늘고 있다. 회사원들의 출장이 줄어 호텔도 불황이다. 생산.판매가 줄어 빈 창고도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이런 곳에 빌려준 돈을 채권 투자자들이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부실채권 투자에 달인인 윌버 로스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 상업용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채권자들이 애를 먹었다. 부동산 투자 펀드 등이 큰 피해를 볼 듯하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규모는.

"시장 전체 규모는 빌딩과 창고 가격을 따져봐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들이 채권을 발행하거나 대출받아 조달한 자금은 1조3000억달러(1500조원) 수준이다. 미 모기지 대출 규모가 13조달러 정도다."

-상업용 부동산 채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처럼 (새 금융위기의) 뇌관 역할을 할 수도 있나.

"서브프라임 규모가 1조3000억달러 정도였다. 상업용 부동산 채권과 비슷하다. 하지만 내용이 서로 다르다."

-차이점이 뭔가.

"미국 은행들이 빌려준 돈이 많지 않다. JP모건체이스나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4대 은행이 꿔준 돈은 소액이다. 중소 은행들이 주로 대출해줬다."

JP모건 등 머니센터(Money Center) 대형은행을 대동맥이라고 한다면 미국 중소은행은 금융의 작은 동맥이나 모세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보베의 말대로라면 상업용 부동산 채권이 부실화하면 미 금융의 동맥과 모세혈관이 망가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돈이 돌지 않아 문제인데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것은 아닐까. 보베는 "실물경제가 충격 받을 가능성은 있다"며 "하지만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 같은 금융위기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근거를 말해달라.

"올해 3분기 수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니 2분기 데이터를 근거로 말하겠다.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꿔준 돈 가운데 0.333%만 부실화됐다. 이게 나중에 2~3%까지 늘어날 수는 있다. 서브프라임처럼 뇌관 역할을 하려면 10% 정도는 부실화해야 한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금융 부실은 일단 시작되면 한순간에 악화되는 것 아닌가.

"물론 '노(No)!'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권이 받을 충격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 채권이 최악의 경우 3%까지 부실화한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를 강조하고 싶다."

-최근 미 중소은행 100~200개가 추가로 망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상업용 부동산 사태를 마음에 두고 한 말 아닌가.

"경기침체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그 정도 무너진다고 예측했다. 꼭 상업용 부동산 채권의 부실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

-경기침체 때문에 은행이 그렇게 많이 망할 것 같지 않다.

"1991년 경기침체 여파로 중소은행 300여 곳이 망했다. 미국 은행이 그렇다. 중소 은행들은 쉽게 망한다."

-그렇다면 위기가 끝난 것인가.

"미 주택시장이 바닥에 이르렀다고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미 주택시장은 저점에서 회복해 새로운 고점에 이르는 데 평균 8년 정도 걸렸다. 특히 주택가격이 아주 더디게 회복하다 어느 순간 가파르게 뛰어 거품으로 진화했다. 이런 사이클에 비춰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리처드 보베는…고액 연봉보다 분석의 자유가 더 좋은 감성 애널리스트

지난달 21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1만 선 아래로 주저앉았다.1년 만에 1만 선을 돌파한 지 며칠 만이었다. 리처드 보베가 미 4위 은행 웰스파고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게 컸다. 웰스파고가 올해 2분기 이후 수익을 내기는 했지만 계속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대형 은행주들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다우지수는 1만41.36에서 9949선으로 떨어졌다. 하루 뒤인 22일 CBS 마켓워치는 “30년 베테랑 은행분석가의 저주가 다우를 무너뜨렸다”고 보도했다. 보베는 “(내 투자의견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의 주가 하락은 보베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 사건이었다.

그는 투자자문사 메러디스 휘트니와 함께 미국 최고의 은행분석가로 꼽힌다. 휘트니는 증권사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로 있다가 최근 투자자문사(메러디스 휘트니)를 설립해 독립한 여성 애널리스트다. 두 사람 모두 2006년 이후 위기 가능성을 경고해 ‘위기의 전령사’로 불린다. 보베는 미국 경제가 최전성기였던 1965년 처음 증권가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줄곧 은행을 분석해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미 투자전문지인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뽑은 올스타 애널리스트인 ‘올아메리칸 애널리스트’에 최근 10년 연속 뽑혔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주가 예측이 가장 정확한 분석가로 선정했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영입하려 했지만 그는 줄곧 거절했다. 대신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소형 증권사에서 일하기를 고집했다.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로슈데일증권도 미 플로리다에 있는 작은 회사다. 주로 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의 매매 주문을 받아 처리한다. 보베는 “회사의 이름에 의지하기보다는 내 분석과 판단을 시장에서 평가 받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시장은 그의 분석과 판단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는 아주 직설적으로 의견을 말한다. 그 때문에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의 중소은행인 뱅크애틀랜틱의 매도 의견을 냈다가 소송을 당했다. 은행이 균형 잡힌 분석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법정 다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의 영향력이 큰 만큼 곧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계 대형 금융회사들은 대개 애널리스트들의 미디어 인터뷰를 제한한다. 그 바람에 미디어들이 보베 같은 중소회사 분석가들의 의견을 자주 인용하면서 그들이 스타로 떠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보베는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대형 회사 애널리스트들은 말할 자유를 포기한 대신 고액 연봉을 택했지만 나는 자유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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