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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걸림돌은 무엇인가? "완벽하게 현지화 시켜 우리맛 알려야죠"

요리학교 졸업 조리사·매니져 4일 좌담회

한식이 영화·드라마에 이어 한류의 ‘신 병기’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 4월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화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세계 5대 음식은 프랑스·이탈리아·중국·일본·태국 음식이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영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의 명예회장을 맡아 우리 요리의 전도사로 활약 중이다.

한식당 60여개가 몰려있는 맨해튼 한인타운은 ‘음식 한류’의 베이스캠프다. 32스트릿 한식당의 현주소는 무엇이며 한식 세계화의 걸림돌은 무엇일까.

한식 세계화의 1번지에서 두 요리사 김주언(30)·류종현(31)씨와 두 매니저 김정민(33)·서아람(29)씨가 만났다.



명문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FCI(The French Culinary Institute) 졸업 후 요식업계에서 맹렬하게 뛰고있는 젊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본다.

◇ 주류사회에 한식은 얼마나 알려져 있나.

▷서아람: 사실 뉴욕에나 한식이 조금 알려져 있지 미국의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 코리안 푸드에 대해 잘 모른다. 중국 식당과 일본 식당은 어디에 가도 있지만 한국 식당은 뉴욕이나 LA처럼 한인들이 많은 대도시에만 있는 형편이 아닌가. 스시는 알아도 아직까지 비빔밥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김주언: 노부 크루즈에서 수석 요리사로 일하면서 가끔 일본인들이 '갈비와 비빔밥을 해달라'고 요청해와서 만들어준 적이 있다. 한식은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손이 많이 간다. 파스타처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다.

▷김정민: 3플로어 카페는 타민족 고객이 많아서 한식 메뉴 뿐만 아니라 퓨전 음식도 제공한다.

▷류종현: 내가 나온 CIA의 경우 한인 학생이 재학생 중 타민족으로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식을 가르칠 한인 교수는 없다. 아시아계 교수가 한식 수업을 진행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조리법과는 달라서 상당히 놀랐다. 한국 정부에서 조리법을 영어로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한식의 장점은.

▷서아람: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 한번 먹으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음식이다. 짜고 맵고 뜨거워 오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비빔밥 등 야채를 많이 쓰는 한식은 채식주의자들이 좋아하는 '건강식'이기도 하다.

▷김주언: 반찬의 가짓 수가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타민족은 여러 반찬이 나오니 한식당에서 먹는 것이 싸다고 생각한다.


◇ 한인타운 식당의 아쉬운 점은.

▷김주언: 메뉴가 '난수표'와도 같다. 고객은 식당에서 무슨 재료로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한다. 그런데 대부분 한식당의 메뉴는 설명이 부족하다. 찌개의 경우는 들어간 재료가 너무 많아서 정체불명이다.

▷서아람: 맞다. 외국인들 중에는 알러지 때문에 특별한 재료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한식당은 대개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기 때문에 일일이 재료를 빼는 것이 곤란한 것 같다.

▷류종현: 학교에서 웨이터와 메트르 디(maitre d' 테이블 안내자) 수업할 때 팁은 봉사료의 개념으로 배웠다. 한식당 웨이터들은 조금 무례할 정도로 서비스를 하면서도 팁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김주언: 메뉴가 비슷비슷하고 요리사의 자부심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한식당은 '요리사=사장'인 경우가 드믈다. 식당 주인이 이윤만 생각하다 보면 요리사는 정말 고객을 위한 음식을 만들기 힘들 것이다. 요리사들이 자기만의 음식을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류종현: 프리젠테이션의 개념이 없다. 음식을 큰 그릇에서 작은 그릇으로 옮기는 수준이다.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프리젠테이션도 세계화의 장애물인 것 같다. 태국음식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세계화를 진두지휘했다고 들었다. 한국도 최근 비빔밥.김치.떡복이.전통주를 한식 세계화의 4대 음식으로 선정하고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김정민: 식당의 문제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식당 앞 거리가 청결하지 못하다는 것도 큰 문제인 것 같다.

전통 한식 고집보다는 대중화 필요
메뉴·조리법 등 영어로 표준화 되어야


◇ 세계화를 위해 한식의 퓨전화가 필요한가.

▷서아람: 예전에 LA에서 일본 요리사 마사(*마사 타카야마)와 노부(*노부 마추히사)가 논쟁했다고 들었다. 정통 일식주의자인 마사가 노부의 요리는 '일본 음식'이 아니라고 비판했다는데.

▷김주언: 당시 노부는 '나의 요리에는 꿈이 있다'고 항변했다. 노부는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시고 달달하고 짜게 조리했다. 노부 없이는 마사도 없었을 것이다. 일식이 세계 4대 음식이 된 것은 몇십년간 부단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미국에 테리야키와 스키야키가 소개됐고 날 생선을 먹지않는 미국인들을 위해 캘리포니아 롤을 개발했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마침내 스시가 대중화한 것이다. 텍사스 카우보이에게 비빔밥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을 것이다.

▷류종현: '모모푸쿠'의 데이빗 장이 성공한 이유는 그가 완벽하게 현지화했기 때문이다. 끈끈한 것을 싫어하는 미국인에게 돼지고기를 장시간 로스트해서 입 안에서 녹도록 했다. 떡복이도 떡을 튀겨서 바삭하게 변형했다. 그에겐 음식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이민자들이 사는 나라가 아닌가. 데이빗 장같은 사람이 있어야 완벽한 한정식이 알려질 수 있을 것이다.

▷김정민: 음식 자체도 좋지만 서비스와 분위기 데코로 타민족을 겨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한인타운의 미래를 상상한다면.

▷김주언: 중요한 것은 '전통이나 퓨전이냐'가 아니다.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한인타운은 사실 잠재력이 많다. 늦게까지 갈 장소가 필요한데 식당도 술집도 노래방도 사우나도 있다. 24시간 동안 잠들지 않는 타운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므로 미래가 밝다.

▷서아람: 식당 주인들이 보수적인 것 같다. 그동안 식당업을 오랫 동안 해오면서 '이제까지 잘 됐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는가'하고 회의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변화가 힘들 수도 있다.

▷김정민: 최근 한인타운 상인들이 모여 설립한 코리아타운번영회의 모임에 참관했다. 한인타운의 청결 유지 등을 이슈로 세계화에 발맞추어 노력하고자하는 모임이었다. 식당 주인들이 모처럼 한인타운의 발전을 위해 무언가 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한인타운은 몇십 년 후에 변해있을 것이다. 그때 쯤이면 K타운에서 400불 짜리 한정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

<좌담 참석자>
김정민(33)=데이빗 장을 배출한 FCI 수료 후 한인타운 ‘3 플로어 카페’ 매니저를 지냈다. 곧 다운타운에 한식당 ‘8스트릿 키친’을 오픈할 예정이다.
김주언(30)=CIA와 윈도즈온더월드 와인스쿨 졸업 후 일식당 노부, 노부의 크리스탈 크루즈, 불레이를 거쳐 최근 뉴욕의 톱 프렌치 식당 ‘퍼세’로 옮겼다.
류종현(31)=CIA 졸업 후 한인 요리사 데이빗 장이 운영하는 모모푸쿠 쌈바에서 조리한 후 뉴욕의 톱 일본 레스토랑 ‘마사’의 키친에서 일하는 중이다.
서아람(29)=CIA를 졸업했으며,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힐튼호텔 계열의 더블트리 호텔에서 식품&음료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정리=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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