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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한국 교육의 장점

“아빠는 이 그림을 어떻게 아세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지. 한국에서는 그 정도는 다 안다.”

잡지에 나온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를 보고 내가 그 화가와 제목을 말하자 아들이 놀라운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기회다 싶어 아는 것을 더 말해 준다.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이며, 이 그림은 이태리의 한 성당의 천장에 그려진 일종의 벽화지.” 아들의 얼굴에는 도대체 유럽에 간 적이 없는 아빠가 어떻게 그 그림을 아는지 놀라움과 함께 궁금함이 가득하다. 어떻게 알기는. 세계사 시간과 미술 시간에 배우고 달달 외웠지.

그림만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역사를 내가 말하거나.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내가 듣고 설명해 주면 아들은 새삼 아빠가 존경스럽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평소에도 늘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에서 자란 아들이 보기에 나는 자기보다 미국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영어도 매끄럽게 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미국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아들에게 더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한국과 아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내가 아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그것들을 내가 알면 신기하게까지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하는데, 먼저는 내가 그래도 아들 앞에서 무식해 보이지는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다.

미국에 사는 죄로(?), 삶속에서 미국적이지 못하고, 미국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할 때마다 아들의 실망하는 눈빛을 참고 견뎌온 나로서는 기회가 오면 부모로서의 체면 복구를 위해 온갖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 아들이 모르는 것까지 알려줄 때 나의 유치한 자존심도 조금은 세웠으니까. 그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한국의 교육이 그래도 좋았다는 것이다.

그 때는 몰랐지만, 내가 한국에서 청소년 시절 받은 교육이 상당히 좋은 교육이었음을 나는 미국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우선은 나의 유학 시절, 대학원 공부를 하는 동안 내가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미국 친구들과 공부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언어의 다름과 문화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면에서 내가 그 전에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되었다.

중 고 시절 배운 것들은 고스란히 살아서 나의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 그 깊이는 얕았지만, 중 고 시절 배운 미국과 유럽의 역사, 지리, 문화 등은 자칫 낯설기만 할 뻔 했던 미국에서의 나의 공부를 얼마나 도와주었는지 모른다. 한국에서 교육받고 삼십대에 유학온 나의 지식과 판단력, 비판력은 미국에서 공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는 한국의 중고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은 과목을 공부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하게 되었다. 아들을 보니 미국의 학교들이 가르치는 과목은 한국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그 수가 적은데, 학생들이 공부에 짓눌리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배움의 양은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대체로 평균적인 미국인들이 평균적인 한국인만큼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과장일까? 나는 나의 고교 시절, 가을이면 미술 시간에 교정에 나가 색이 변해가는 가을 나무들을 그렸고, 음악 시간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가곡을 배웠다.

세계사 시간에는 가보지 않은 여러 나라들의 역사를 배웠고, 인문 지리와 사회 지리 시간에는 그 나라들의 지방 특산물과 산업의 분포까지도 배웠다. 소위 말하는 주요 과목 이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민 윤리 등의 과목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른다. 미국에서 자라는 아들에게는 음악 시간도 미술 시간도 선택일 뿐이다. 한국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은 수의 과목들을 공부한다.

그 뿐이 아니다. 미국의 교육은 많은 시간을 공부하며 성취를 위해 고심하도록 아이들을 이끌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 계획된 것들만 할 뿐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악착같이 하게끔 유도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존중해 주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철없는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자기 주장을 하게 하고, 법은 지키되 타인을 진정 깊이 배려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약해 보인다.

법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잘 지키는 사회에서는 질서가 살아있기 때문에 구성원들 내면의 인간적 성숙이나 상호간의 깊은 이해가 다소 부족해도 문제로 드러나기 힘들다. 오직 법을 기준으로 책임 소재를 우선 따지는 곳에서 사제간의 깊은 정이 들기 어렵다. 규정 이외의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오늘 한국의 교육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한국의 교육 그 자체보다도 사회 전체적으로 구성원들의 인식과 문화가 급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혼돈이 아닐까? 매사에 더 앞서고 싶어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강한 경쟁 심리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은 계속 있을 것 같다. 공부 더 해서 더 성취하자는 것을 나무랄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의 교실에서 아이들끼리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괴롭히는 것을 교육의 문제로만 보기보다는 부모와 가정의 문제,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본다면 문제를 잘 모르는 국외자라는 비난을 받을까?

오늘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으며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한국을 만든 것은 20년, 30년 전의 한국 교육임이 분명하다. 그 때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지 않았던들 오늘의 한국은 있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으로부터 배우라고 한 것은 깊이 생각할 일이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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