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포지션(deposition)'에 멍드는 소송자···2시간이면 끝날 일 최근엔 며칠씩
사생활까지 꼬치꼬치 캐물어 짜증…일부 변호사비 올리려 시간 끌기도
데포지션이 최근 들어 유독 길어졌거나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변호사 및 법정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몇 년사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허위주장이나 과다청구소송 등의 사례들이 늘어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데포지션이 필수조건처럼 됐고 그 회수와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벼운 교통사고나 민사사건 등은 데포지션 절차가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LA지역 헨리 리 변호사는 "물론 케이스마다 데포지션의 시간이나 강도는 다 다르다"며 "하지만 보통 교통사고의 경우 2시간이면 끝나는데 요즘은 며칠씩 갈때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유은선(56.가명) 씨는 "매일 6시간 가까이 이틀에 걸쳐 데포지션을 하는데 나중에는 머리가 다 아프더라"며 "이제는 교통사고 때문에 몸이 아픈 것 보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피곤하다"고 전했다.
데포지션 중 개인의 자세한 사생활 정보까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아 소송 당사자들이 당황할 때도 많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고와는 무관한 가족 이름의 스펠링 학력 고향 결혼관계 월 수입까지도 묻는 것이다.
지난해 한 주유소에서 접촉사고를 당한 바 있는 김영준(44)씨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데포지션을 한다기에 회사까지 빠지면서 버뱅크 한 법률사무실을 찾았다. 상대방 변호사와 교통사고 전문가 등이 나와 시시콜콜한 내용을 묻는 데 너무 피곤했다"며 "몇 달이 지난 사고 내용을 묻는데 기억이 제대로 날 리 있겠나. 나를 억지쓰는 사람으로 모는 것 같아 기분 나빴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불경기로 일거리가 부족한 변호사들이 비용 청구를 위해 데포지션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인 정 변호사는 "변호사 비용은 대부분 시간당으로 청구 되는데 데포지션의 경우 몇시간씩 하면 그게 다 변호사 비용이 아니겠냐"며 "일부 변호사들이 데포지션 자체의 목적보다는 시간을 일부러 길게 끌면서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데포지션 시행시 한국인 관련 케이스의 경우 모든 공식 증언은 영어로 기록되야 하기 때문에 법정통역관과 법정 속기사까지 배석하게 된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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