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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 우승 뉴욕 양키스, '악의 제국'에서 '아메리칸팀'으로

사바시아·버넷·테세이라 계약이 원동력
부상중이던 A-로드 합류한 뒤 탄탄대로

그동안 뉴요커들은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했었다. 뉴욕 양키스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선수단 총연봉으로 매년 1억3천만 달러 이상을 쏟아붓고도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중했다. 전성기에 돌입한 젊은 선수들 그리고 베테랑들이 똘똘 뭉친 데다 팜시스템에서 키운 선수들이 합세하며 양키스의 27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14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할 때만해도 양키스의 미래는 암울해 보였다.

이제 보스턴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기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브라이언 캐시먼의 단장직 자리도 위태로워 보였다.

당시 양키스팬들은 '왜 요한 산타나를 트레이드해 오지 않았냐'며 캐시먼을 해고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터다.

그러나 지난해를 끝으로 전 멤버들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양키스는 다시 지갑을 열 수 있었다. 과거의 '스타 사재기' 분위기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선수들을 선택했다. 그 결과 C.C. 사바시아 A.J. 버넷 마크 테세이라를 영입했는 데 이들은 모두 우승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캐시먼은 테세이라를 잡는 데 가장 많은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구단에서 포기하는 쪽으로 흐르자 그는 "우리가 놓치면 보스턴에 뺏긴다"며 구단주 할 스타인브레너를 강하게 설득했다. 계약기간 8년에 1억8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출했지만 양키스는 그토록 원하던 임팩트 타자를 데려올 수 있었다.

테세이라는 "8년간 있으면서 한 번만 우승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 데 이렇게 빨리 우승할 줄은 몰랐다"며 감격해 했다.

사바시아와 버넷 역시 팀 멤버들과 잘 융화했고 필드에서도 제몫을 충실히 해냈다.

시즌 막판 투수진이 허덕일 때는 타선에서 불을 뿜으며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계투진도 포스트시즌까지 줄곧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특히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포스트시즌에서 '대변신' 한 것 역시 놀라운 성과였다. 지난 2월 금지약물 복용이 들통날 때만해도 최악의 해를 맞이하는 듯 했던 로드리게스는 저주가 축복이 되어 돌아왔다.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로드리게스는 "그 전까지는 내 자신이 너무 심각했다. 올해 초 망신을 당한 덕분에 지금 내가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난 것 같다"고 말했다.

양키스 구단도 2004년 ALCS에서 보스턴에 3연승 뒤 4연패로 패배를 당한 충격에서 드디어 벗어난 모습이다. 아울러 포스트시즌에서 '천적' 에인절스를 격침시킨 데 이어 디펜딩 챔프 필리스마저 제압했다. 이젠 돈만 쓰던 '악의 제국'에서 진정한 '아메리칸팀'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한편 양키스 주전 선수들의 용품이 대거 명예의 전당에 전시된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혼자 6타점을 올린 마쓰이 히데키의 방망이와 4차전에서 투구 하나에 2루에 이어 3루 도루까지 성공한 자니 데이먼의 스파이크 등을 기증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필라델피아 투수 중 이번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2승을 올린 클리프 리의 모자와 포스트시즌 최다승인 18승을 올린 앤디 페티트의 상의도 명예의 전당 포스트시즌 역사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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