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제 3의 증인' 법정 전문가] 앤서니 폴 (총기 분석가) - 찰나의 흔적과의 싸움

"총알엔 쏘는 즉시 10여개 정보 새겨져"
범죄자들 추적 피하기 위해 총신 자르기도
매년 100여건 의뢰…한인 관련은 10% 내외

"총알에 새겨진 피해자의 억울함을 밝혀내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앤서니 폴(71)씨는 총기 분석가(Firearms Examiner)다.

탄도 전문가로도 불리는 그는 범죄현장에서 수거된 탄환을 분석하고 발사된 총을 추적한다.

올해 LA카운티 법원이 선정한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 패널 320명중 총기 분석가는 6명. 한인은 없다. 그중에서 폴 씨는 40년째 현역으로 활동중인 최고 경력자다. 롱비치 자택에서 만난 폴 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총알처럼 단단하고 정확했다.

"총알은 총의 지문입니다. 그 총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고유한 흔적이 남죠. 같은 회사 같은 모델의 총이라도 자국은 모두 다릅니다."

그 이유는 총신 안쪽에 새겨진 나선형의 홈 '강선(Groove)'때문이다. 강선은 총알을 회전시켜 속도와 명중률을 높인다. 대신 총알에 긁힌 흔적이 결과물로 남는다. 총마다 강선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 흔적이 제각각 다르다.

"범죄자들은 종종 강선을 갈아버리고 총신을 바꾸거나 짧게 자르기도 하죠. 명중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탄피에도 지문은 있다. 총알이 장전되면서 또 격발시 화약폭발로 탄피가 팽창되면서 약실 내부벽에 긁힌다. 탄피 바닥에조차 뇌관을 때린 '공이' 자국이 남는다.

이같은 흔적의 종류는 10여가지다. 방아쇠를 당기는 불과 1초도 안되는 짧은 찰나에 총알과 탄피에 수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찍히는 셈이다.

"총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목표물과의 거리와 충돌 당시 발사 속도 피해자의 부상정도까지도 작은 총알에 담겨 있습니다."

61년 필라델피아 경찰국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 폴 씨는 매년 평균 100건의 수사를 맡아왔단다. 줄잡아 4000건이 넘는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많다. 몇년전 4살짜리 여자아이가 LA인근 집에서 총격 사망한 사건도 그중 하나다.

총을 쏜 사람은 아이의 양아버지로 '오발 사고'를 주장했다.

그러나 총탄과 화약흔(GSR) 분석결과 총알은 아이의 이마 10인치 앞에서 발사됐다. 수사관의 추궁에 아버지는 범행을 실토했다.

"나중에 전해들은 범행 동기에 할 말을 잊었어요. '아이가 자꾸 귀찮게 해서'였다네요."

얼마전 LAPD 수사관이 여자친구 집 앞에서 피살된 사건도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총알이 피해자 몸을 뚫고 나와 바위에 충돌하면서 심하게 훼손됐다. 탄피로 총기를 추정할 순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던중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가 수사망에 포착됐다. 그의 집에서 발사되지 않은 실탄을 수거해 분석 대조했다.

"탄피 밑바닥에 남은 공이 자국이 일치했어요. 불과 1~2mm 길이의 긁힌 자국덕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죠."

자세히 공개하진 않았지만 한인 관련 총기 사건도 맡아왔다. 최근 의뢰의 10% 내외라고 했다.

"40년간 지켜온 철칙이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건을 맡지 않아요. 자칫 실수로 증거가 뒤섞일 수 있어서죠. 피해자의 마음으로 현미경을 바라봐야 총알속에 담긴 울림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앤서니 폴씨는…

61년 필라델피아 경찰국에서 순찰경관으로 수사관에 뛰어들었다. 허리부상을 당해 현장감식반으로 옮겼다. 17년을 근무했다. 이후 LAPD LA카운티 셰리프국 샌디에이고 셰리프국 라스베이거스 경찰국 FBI에서 총기분석가로 활동했다. 수사당국이 사용하는 총기 데이터베이스 '아이비스(IBIS)' 개발에도 참여했다.

■분석 어떻게 하나?

탄도 분석은 총알에 남겨진 흔적 수집부터 시작된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총알이 용의자의 총에서 발사됐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우선 총알에서 발견된 긁힌 자국 형태 수 위치 등을 컴퓨터프로그램에 입력한다. 범행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총기가 평균 5개 정도 검색된다고 한다.

만약 현장에서 총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이비스(IBIS)'라는 경찰 공유 총기 데이터베이스에 총알 정보를 입력해 이전 범행에서 사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반대로 총기를 찾았다면 동일 종류의 총알을 장전해 대형 수조에 대고 실험발사를 한다. 물은 저항력이 강하고 총알에 상처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두 총알을 비교현미경에 나란히 놓고 최고 40배까지 확대해서 대조한다. 지문 인식 작업과 같다.

경도 검사도 실시된다. 습도에 따라서 모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총이 발사된 시간이나 날씨도 파악할 수 있다.

총기 발사흔(GSR.Gun Shut Residue)도 유용한 정보다. 총알이 발사되면서 몸이나 의복에 남는 화약성분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궁금증 풀이

▷총알의 뜻

흔히들 말하는 총알(Bullet)은 정확하게는 탄약(Cartridge)이다. 전문용어로 총알은 탄약의 끝부분인 발사체 탄두만을 뜻한다.

▷총알의 구조
일반적으로 탄약은 탄두(Bullet.1) 탄피(Cartridge case.2) 화약(Gunpowder.3) 테두리(Rim.4) 뇌관(Primer.5)으로 구성된다.
▷구경(Caliber)이란
총탄의 규격을 일컫는 단위다. 총신 구멍의 지름이다. 인치나 밀리미터로 표시된다. 같은 구경이라도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357 매그넘 .38 스페셜 9mm는 모두 지름이 .357로 같다.
▷총알의 종류
수백가지가 넘는다. 권총용 총알만도 현재 백과사전에 .17 구경에서 .50구경 까지 194개가 올라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