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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선 칼럼] 마크 김의 도전…팔은 안으로 굽는다

본사 논설위원

#. 한국정치에서 ‘지연’·‘학연’·‘혈연’ 하면 왠지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개인의 능력과 비전보다 ‘지연’·‘학연’·‘혈연’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고향이 특정 지역의 투표행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같은 한국의 정치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즐겨 제시하는 것이 미국의 정치문화다. 미국식 풀뿌리민주주의를 한국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정치에 한국의 ‘지연’·‘학연’·‘혈연’과 같은 비합리적 행태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다. 미국 정치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은 존재한다. 인종이란 요소가 그 중 하나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대선 때 흑인 유권자의 90% 넘는 지지를 획득했다. 한마디로 몰표다. 흑인들의 투표율도 사상 유례 없는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흑인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공화당원이면서 오바마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한인 등 많은 소수계 유권자들 역시 오바마를 지지했다.

물론 정책·비전·능력을 따져봤겠지만 동시에 같은 소수계라는 사실이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요인의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 당시 흑인과 아시안 등 소수계가 오바마에 표를 몰아준 것은 큰 뉴스였다. 그러나 특별한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다.

#. 오늘 버지니아 총선이 실시된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거리는 당연 주지사 선거다. 투표율이 관건이지만 공화당 밥 맥도넬이 최근 몇년간의 민주당 바람을 잠재우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도넬의 인기에 힘입어 주의회 선거와 부주지사·검찰총장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선전이 예상된다. 버지니아 공화당의 부활은 전국적 화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인들로서는 또하나 주목할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워싱턴 일원 최초의 한인 주하원의원 탄생 여부다.

#. 버지니아 주하원 35지구(비엔나·옥튼)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마크 김은 한인 1.5세다. 목회자인 부친을 따라 네 살 때 한국을 떠나 베트남, 호주를 거쳐 14세 되던 해 미국에 이민 왔다. 어린 나이에 외국생활을 시작했지만 지금도 한국어가 무척 능숙한 게 인상적이다. 워싱턴포스트와 페어팩스타임스의 공식 지지를 획득한데다 선거자금 모금에서 크게 앞서는 등 유리한 상황이다. 35지구에 등록된 2000명 가까운 한인 유권자들의 지지만 뒷받침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 같은 한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무조건 마크 김을 지지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한인들도 있다. 아주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가 능력·비전·경험, 그리고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이 없는 후보라면 말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마크 김은 한인사회가 지지를 보내도 좋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춘 후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선 때 흑인과 아시안 등 소수계가 오바마에 몰표를 준 것처럼 VA 35 선거구의 한인 유권자들이 마크 김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고 해서 ‘인종적 부담’을 느낄 이유는 조금도 없다.

#.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은 대의정치(代議政治)다. 선거는 유권자들의 권익을 가장 잘 대변해줄 인물을 뽑는 정치 행위다. 한인사회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미국 정치인들을 찾아내 ‘지한파’, ‘친한파’ 등 수식어를 붙여가며 지지하는 한인들이 한인 후보를 외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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