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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카운슬러가 추천하는 학교, 부모가 찾은 학교

미국인들이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살아 오면서 자주 경험했다. 매사에 안좋게 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하고 지나칠 정도로 만일에 대비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에서는 철저한 ‘유비무환’의 정신이 보이기도 하지만, 책임을 묻고 소송하기를 좋아하는 문화에서 자기를 보호하려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의도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하게 따지는 문화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불러 올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나의 눈에 미국인들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일상 생활 속에서 항상 한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 사이에도 소송을 하고, 자기가 일하는 직장을 상대로 소송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조금 과장하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손해를 보았다 싶으면 거리낌없이 법정으로 간다. 사람들이 말 한마디에도 조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교육 현장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군사부일체’는 꿈 속에나 나올 법한 말이다. 학교를 상대로, 교사를 상대로 소송이 끊이지 않으니 교육 현장의 전문가들도 말을 조심하고 매사를 차갑게 판단한다. 학교는 소송에 대비하여 행정을 챙긴다.

부모가 서명하여 학교에 제출하는 서류의 수만큼 소송 거리가 있다고 보면 된다. 과거에 문제가 되었던 일들이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일에 대해서 학교는 미리 부모들로부터 확인을 받아둠으로써 소송을 피하는 것이다. 철저한 대비와 문제 예방은 분명 장려할 일이다. 나이 어린 자녀들의 미래가 걸린 교육 현장은 마땅히 그러하여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피하려는 의식이 지나치다 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입시 과정에서 학교 카운슬러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중 하나이다.

아들의 카운슬러 선생님은 아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얻는 믿음이 가는 분이다. 종종 만날 때마다 고등학교에서 카운슬러를 하시기에 아주 좋은 성품을 지니셨다는 것과 오랜 경험을 하신 것이 대화에서 감지된다. 아들이 힘들 때 그녀를 찾는다는 것이 여간 고맙지 않다.

그런 그녀도 대단히 냉철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들이 지원할 대학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카운슬러 선생님은 전년도 통계를 토대로 거의 확실한 입학 가능성이 있는 학교들만을 아들에게 추천하셨다. 보통 대학을 지원할 때, 입학하기 힘들겠지만 가기를 원하는 학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학교, 확실하게 입학할 것 같은 학교들을 선정해서 지원하는데, 카운슬러 선생님은 그 중 확실해 보이는 학교들만을 아들에게 권하셨다. 그것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아서.

입시 전문기관에서 전년도 신입생들의 고교 성적과 SAT 점수 등을 조사하여 발행한 책을 보면서 아들이 원서를 낼 수 있는 학교를 찾아본다. 이왕이면 더 인정받는 학교에 아들이 가기를 바라는 것은 나를 포함해 모든 부모들이 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SAT 점수와 학교 성적으로 원서를 낼 수 있는 학교,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학교를 골라낸다. 카운슬러 선생님께서 주신 학교외에도 훨씬 많은 학교들이 보인다. 카운슬러 선생님께서 아들에게 학교를 골라 주실 때 거기만 지원하라고 하신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카운슬러 선생님이 원망스럽다.

이왕 ‘장담할 수는 없지만’이라는 단서를 달 바에는 좀 더 눈 높이를 높여주시지, 주신 학교 리스트는 아들의 시야를 좁혀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도전해 보도록 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학교만을 주신 것 같다.

미국의 대학 입시가 정확하게 학교 성적과 SAT 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기에, 부모와 자녀가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가능성 있는 학교의 문을 조금 더 많이 두드려서 입학의 가능성도 조금 더 높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들의 신뢰를 받으시는 카운슬러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입학이 가능해 보이는 학교를 조금만 추천하셨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전문 카운슬러로서 무책임해 보이는 말을 아낌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일을 피하시려고 하신 것 같다. 용기를 주고 도전해 보라는 의미에서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일을 토대로 통계에 입각해서 학교를 추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런 카운슬러 선생님의 현실적인 시각에 더해 자녀에게 도전과 용기를 심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 틀림없어 보인다. 아들이 대학 입학 원서를 작성하여 각 대학으로 보내는 기간이 잘 지나가면 좋겠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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