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피해 고객 '가슴아픈 사연'
최상태 기자/경제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이젠 어떤 한인 여행사도 못믿겠다" "실망하실 부모님 낯을 볼 면목이 없다"는 각가지 사연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 기자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던 내용은 나이가 꽤 많은 한 노인의 사연이었다. 1963년에 미국에 이민 온 그는 악착같이 사느라 자식 키우느라 평생 여행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다. 곱디 고왔던 아내의 손은 고생으로 주름살이 깊이 패였고 호강시켜 주겠다던 그의 장담은 그저 말에 그치는 듯 했다.
그래서 은퇴를 하면 그는 만사를 제쳐놓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세계 크루즈 여행을 떠나겠다고 약속하고 3만여 달러나 되는 거금을 착실히 모았다.
지난 9월에 여행비 전액을 완납하고 크루즈는 내달 출발할 예정이었다. 기자를 가슴아프게 했던 것은 그의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돈을 번 중국인들은 돈을 쓰더라도 중국 커뮤니티에 쓰기 때문에 서로 부자가 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집 앞에 있는 미국 크루즈 회사를 놔두고 한인 크루즈 회사에 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버렸네요."
그는 평생 소원이었던 세계 크루즈 여행의 꿈을 날려버린 한인 회사에 대한 배신감보다 아내에 대한 미안감이 더 컸다고 했다.
한 업체의 파산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꿈을 꺾어버린다. 동종업계 전체에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번 파장으로 다른 관광사들은 몇 배나 힘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 모른다. 사람들이 말하듯 관광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추억을 먹고 사는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된다. 고객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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