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아시안 골수기증협회 자원봉사 송춘호씨 가족 "간단한 검사로···귀중한 생명 구해요"
데이터 베이스 등록은 보험들기…권유위해 사람 만나 큰 보람도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가 예전하고는 다르게 무척 커졌다. 이렇게 큰 규모의 커뮤니티다보니 행사도 잦은 편이다. 이런 행사의 한쪽 부스에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아시안골수기증협회(Asians for Miracle Marrow Matches)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조형원 한인 담당은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저희가 항상 부스를 마련해서 출동한다"며 "미국땅에서 인종과 출신국를 따져가면서 접촉해야 하는 몇안되는 일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씨에 따르면 백혈병 같은 질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아직 발병원인을 모르는 불치병이다. 반면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식수술을 받으면 완치도 가능하다.
"10여년전에는 피를 뽑아서 피검사를 했습니다. 귀찮고 무섭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요즘엔 면봉에 입속 세포 몇개만 긁으면 될 만큼 쉬워졌습니다."
가장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중에서 송씨 남매가 꼽힌다. 이들도 4년전에는 골수기증 검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친척 중 한명이 골수 이식이 필요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서 이 자원봉사에 깊숙이 발을 담그게 된 것이다.
송남매는 아버지인 송춘호씨(49ㆍLA)가 적극 권유하여 시작하게 됐다.
"아이들이 나중에 나이를 먹어서도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봉사고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서 함께 시작했지요. 매우 건강했던 사촌동생이 원인도 모르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대륙에서 이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점도 있습니다."
골수가 잘못되는 경우는 이유도 모르고 누구에게나 오고 그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예측불허다. 보험이라도 들어놓는 기분으로 면봉하나에 데이터베이스를 윤택하게 할 수 있다.
그럼 봉사를 나가서 하루에 몇명에게서 면봉을 받게 될까.
봉사자들의 끈질긴 호객행위(?)에도 불구하고 봉사자 한명당 10여명에 불과하단다.
"외면하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처음엔 아쉽고 속상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사람들과 싸울 일이 아니고 혹시 일치자를 내가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혼신의 노력을 하지요."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이 호락호락 응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다음엔 다른 곳에서라도 참가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송남매의 누나 지나양(페어팩스고 12학년)은 고교시절 내내 길거리에서 권유를 했다. 처음엔 재미도 있었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속에서 살아가는 여러가지 깨달음이 이제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물론 남동생 영일군(ALCES 9학년)에게는 봉사증 말고는 부모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하고 많은 봉사중에서 이렇게 힘든 봉사를 해야만 했을까. 하지만 이정도 힘들게 봉사해서 생명 살리는 일들이 그렇게 많을까.
그런데 골수협회는 또다른 고민이 있다. 바로 헌혈보다 쉬운 검사방법이 있지만 더 어려운 게 있다.
그것은 막상 일치자가 됐을때다.
일치자라는 것을 알려면 검사비가 사람당 50달러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는데 50달러가 든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좀 쉽지 않지만 한인들이 주소가 변경된 것을 알리지 않아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발견됐음에도 연락이 안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일치된 것을 통보했지만 골수 이식과정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두려워 하며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조담당은 "헌혈 정도의 협조만 해도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서 "알려진 것같이 힘들고 어려운 기증은 별로 없다"고 잘못된 인식의 정정을 원했다.
아울러 그는 타인종들의 경우 워낙 등록자가 많아서 따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음에도 별도 도네이션을 하는 등 골수 이식등록에 대한 것이 체질화돼 있다며 부러워했다.
"사람들이 생명보험을 듭니다. 사실 골수 등록도 그런 보험중에 하나지요. 많은 사람이 등록하면 그만큼 확률도 높아져서 언제 우리 가족중에 올지도 모를 불행을 빨리 헤어나올 수 있는 생명보험이랍니다."
이제 송씨 남매같은 봉사자를 만나게 되는 한인들이 '면봉'을 보고도 두려움을 떨지 않을 것같다.
장병희 기자 chang@koreadaily.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