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부모들의 착각
부족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종종 강연을 하러 다른 도시를 간다. 말이 강연이지 미국에서 그 간 겪은 일 들을 다른 부모들과 나누는 모임이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아들을 10년 간 지켜본 경험을 들려주고 부모로서 미국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지난 번에는 뉴욕에 가서 뉴욕과 뉴저지 지역의 한인 부모들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뜻 밖에도 생각을 같이하는 교육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미국의 한인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대단히 많은 투자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투자 대비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음을 알게 되어 연구를 통해 사실을 조사하고 논문으로 이를 발표한 사람이다.
교육심리학 박사인 그는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한인들의 노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미국 내 다른 민족들에 비해서 한인들이 투자에 따른 결과를 잘 거두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교육에 대한 투자의 결과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미국 내 최고 명문이라 여겨지는 대학에 입학한 한인 학생들의 졸업률을 조사했다.
그리고 한인 학생들의 졸업률이 유태인, 중국인 등 다른 민족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음을 알게 되었다. 어렵게 준비해 들어 간 명문 대학을 40%가 넘는 한인 학생들이 중간에 그만 둔다는 통계가 발표되었을 때는 한국의 언론까지도 이를 보도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오래 동안 현장에서 한인 학생들의 대학 입학 지원을 컨설팅해 온 그는 부모들이 바뀌지 않고는 절대 자녀들이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에 의하면, 많은 한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대학을 가면 자동으로 졸업을 하는 줄 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 가서 공부할 역량을 심어주려 하기보다는 대학에 입학을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수치로 표시되는 준비에 관심이 많은 한인 부모들은 자녀들을 얼르고 다그쳐서 학교 성적과 시험 점수를 향상시키고 치밀한 계획 아래 봉사 활동과 체육활동도 시킨다.
필요한 만큼의 성적, 점수, 시간, 기록들이 쌓이면 입시 전문 기관에 의뢰하여 가장 멋지고 눈길을 끌게끔 지원서를 작성하고 에세이를 쓴다. 이런 준비들이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철저히 준비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
안타깝지만 그 날 그와 나는 한인 부모들이 ‘교육’이라는 큰 그림은 제쳐두고 ‘입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는 데에 동의했다. 성장 과정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보람을 느꼈던 부모가 약자를 배려하고 커뮤니티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쓰도록 자녀를 이끄는 것과 아무 경험도 지식도 없는 부모가 오직 입시만을 위해 자녀를 봉사할 곳으로 보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전자는 자녀에게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알려주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일깨워 주지만, 후자는 그저 목표를 위해 준비하고 열심히 사는 것만을 알려준다. 입시를 위해 하는 자원봉사는 따분한 노동이 되기 쉽다. 스스로 사고하고 주변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커뮤니티의 문제를 보는 내면의 성숙을 시키지 않으면 자원봉사는 자녀에게 도움이 안된다.
남들이 다 하니까 덩달아 하는 각종 활동들은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 나중에는 손도 대지 않을 악기를 남들이 하니까 억지로 연주하는 자녀들에게 기쁨이 있을 리가 없다. 한인 자녀들이 참여하는 활동의 폭은 그리 넓지 못하다. 부모들이 그만큼 미국의 교육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것을 주로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만나는 사람들이 비슷한 처지의 한인들이라서 몇가지 활동에 한인 자녀들이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생각하고 준비하여 공부하는 능력을 가지게 하기 보다는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과외와 학원을 이용하다가 늘 과외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을 가서 혼자 공부하기에는 여러가지로 역량이 부족하게 된다.
2009년 미국에서 자라고 있는 자녀들을 자기가 자라던 시절 한국의 기억을 기준으로 삼아 이끌어서는 안되겠다. 자기 자라던 시절의 공부 방식을 자녀에게 꼭같이 강요하고, 그 시절의 인기 전공 과목을 자녀에게 공부하도록 권해서도 안되겠다. 자녀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자녀들이 미쳐 소화하지 못하는 것들을 억지로 하게 하면 안되겠다.
뉴욕에서 만난 그 분은 한인 자녀들을 캠프에서 지도하면서 자녀들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만들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도록 해서 학업에서도 성취를 늘려가도록 이끌지만, 집으로 돌아간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있으면서 안정을 잃고 공부할 맛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종종 부모들이 도움이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착각에서 깨어나 자녀 교육의 틀과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기준보다는 자녀가 살아갈 시대의 환경을 생각하고 자녀가 소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떤 환경에서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역량을 심어주어야 한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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