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과의 전쟁' 은행 CCO들 힘겹다
한미은행 존 박전무 사망 계기로 본 그들의 고충
권한은 없고 책임만 늘어…심리적 압박
박 전무의 자살이 개인적인 이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기는 하지만 불경기로 늘어만 가는 부실대출(NPL)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CCO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의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한인은행권의 시각이다.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한인 은행 대출 관계자들은 대출 책임자들이 권한없이 책임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현 경제상황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에 대한 은행권 전체의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경기가 계속되며 은행들의 부실대출이 늘어만 가는 지난 1년여간의 기간을 가장 바쁘게 보내고 있는 자리가 바로 CCO를 중심으로 한 대출 부서이다. 이들은 부실대출을 관리하고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등의 업무를 한다. 신규대출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들의 주업무는 신규 대출고객 발굴보다는 기존 대출 관리 및 대출금 상환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A은행의 CCO는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을 만나 온갖 하소연을 듣더라도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때는 인간적인 고충이 매우 크다"며 "때로는 내가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더욱 큰 문제는 아무리 열심히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사내에서나 외부에서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데 있다. '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결국 대출부서의 책임'이라는 부서 이기주의는 물론 업무 전체가 은행 실적과 직결되는데 따른 부담과 스트레스도 크다.
B은행의 CCO는 "최근에는 대출채권(노트) 매매를 두고 뒷돈이 오간다는 악성루머 하나 없는 CCO도 없을 것"이라며 "매매 계약에서 배제됐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에 헛소문을 퍼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단지 주어진 일을 할 뿐인데 사내에서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외부에서는 고객의 사정을 몰라준다는 원망을 받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C은행의 CCO는 "이사회에서 이해를 해줘야 하는데 분위기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측은 신임 CCO를 선임하기 전까지 유재승 행장이 CCO업무를 겸할 예정이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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