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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오늘, 자녀에게 말을 거세요

서우석/사회부 차장

# 최근 한국어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한국어의 중요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많은 한인 부모들은 조바심에 애가 탄다.

행여나 자녀의 형편없는 한국어 실력이 성장과 정체성 등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지 또 훗날 사회에 진출한 자녀가 한국어 때문에 발목을 잡혀 국제화 시대에 뒤쳐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자녀와 터놓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언어가 달라지면 관계도 그만큼 멀어지는 법. 자녀의 불편한 한국어 구사능력에는 부모가 가장 큰 일조를 했다.

# LA한인사회가 온통 청소년 마약 문제로 시끄럽다. 한인들이 밀집한 우수 학군 내 학교에서 중학생을 포함한 한인 청소년들이 마약 판매 혐의로 전격 체포되고 마약 구입 비용 마련을 위해 마약에 취한 채 권총 강도 범죄를 벌인 18세 한인은 종신형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연방마약단속국(DEA)은 LA 한인타운 내 마약 수사 강화 방침을 밝혔다. DEA가 주목하고 있는 '마약 소굴'은 다름 아닌 학교다. '혹시 우리 아이도?' 이런 의심이 들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자녀에게 대놓고 물어보기가 두렵다. 괜히 요란을 피웠다가 더 엇나가진 않을까 걱정이다.

# 미주 중앙일보가 창간 35주년을 맞아 한인 고교생 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인 언론사 최초로 시도된 의미있는 조사였다.

그 결과 눈으로 확인된 조사 결과는 씁쓸했다.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고교생이 10명 중 6명에 불과했다. 부모는 한국어를 쓰고 자녀는 영어를 쓰는 경우가 26% 아예 자녀에 맞춰 영어를 쓰는 부모도 14%나 됐다. 가정에서까지 영어를 쓰는 아이들이 밖에서 한국어를 쓸 리 만무하다.

가족간에 전혀 대화가 없다는 이들도 14%였다. 일주일에 부모와의 대화시간이 5시간 미만인 고교생들이 58%나 됐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부모와의 대화에서 답답함을 느낀다(43%) 잔소리 공부만 강조 이해.소통없는 부모의 교육방식에 불만이 있다(56%) 등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마약 문제도 심각했다. 8%는 마약을 경험해 봤으며 5%는 지금도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상습 음주(13%) 상습 흡연(8%) 등 마약 전단계의 유해환경에 노출된 아이들도 많았다.

# 한국어 교육이나 마약 등 청소년 문제에 있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다름 아닌 '부모'다.

일선 주말한국학교 교사들은 하나같이 한국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모의 역할을 꼽는다. 한국어 교육에 있어 부모만큼 중요한 '스승'은 따로 없으며 한국 정부나 이민 생업 등 상황을 탓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한국학교장은 "주말 한글학교 가는 날을 제외하고 나머지 6일간 영어를 사용한다면 아이의 한국어 구사능력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부모가 솔선수범해 가정에서 늘 한국어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모로부터 마약의 위험성을 교육받은 청소년들의 마리화나 흡연율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4배 이상 낮다는 학계의 연구조사 결과 또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번 고교생 의식조사는 자녀의 편의를 위해 택한 '영어'나 명문대만 강조하는 식의 획일적인 교육방식 등이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아울러 한인 사회의 부모.자식간 소통 부재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사실 또한 확인됐다. 자녀들의 속내를 이해하려 하고 먼저 소통해 보려는 노력 없이는 2세들과의 문제에 있어 해결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부모들이 깨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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