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까지 파고드는 마약-3·끝] 혼자 고민 '깊어지는 수렁'
따가운 눈총 받을까 대화 꺼려
마약을 경험했던 학생들 대부분은 "마약에 빠지면 빠질수록 자꾸만 '고립' 된다"고 한다. 중독증세를 느끼기 시작하면 문제점을 알고 끊고 싶지만 막상 고민을 나누거나 도움을 청하기가 쉽지 않아 혼자서 '끙끙' 앓는다. 심리적으로 예민한 청소년기에 '마약 고민'을 괜히 털어놓았다가 또래들로부터는 '왕따'가 되고 어른들로부터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 걱정된다.
고교시절 갱단활동을 하며 마약복용 경험이 있던 스티브 권(21.가명) 씨는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마약에서 벗어나는 게 쉽다면 누구든지 간단히 마약을 끊을 것"이라며 "특히 (1세)부모님은 마약 이야기만 나와도 대화는 커녕 크게 혼날 것이 뻔해 아예 입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말 못하는 답답함으로 인해 참았던 마약에 손을 댄 적도 많다"고 했다. 또 한인 대다수 부모들은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이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결국 마약 초입기에 있어도 끊을려고 확고한 결심을 해도 부모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말을 꺼내지 못한다. 부모의 믿음이 되레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풀러튼 지역 한 고교에 재학중인 앤디 유(18.가명) 군은 "끊고 싶은 마음을 교회에 가서 털어놓고 싶었지만 교회 친구들이나 전도사님에게 이런 말을 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만일 소문이 나면 어릴 적 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들이 오랫동안 다니며 쌓아온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질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약 상담이 가족 전체를 외톨이로 만들 것 같다는 불안감이다.
결국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대화 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마약의 늪에 더욱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정'이 모든 마약피해를 예방하는 시발점이 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UCLA 정균희 정신과 박사는 "부모들 학창시절 '술.담배'가 요즘 이곳 아이들에게는 '마약'이 됐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마약복용 사실을 알아도 절대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지 말고 상담이나 의료기관을 함께 찾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선도기관인 그린패스처 김기웅 목사는 "2세들에게 부모는 화내는 존재 자신은 부모들에게 언제나 착해야 하는 '굿보이(Good boy) 컴플렉스'가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평소 부모가 자녀와 친근감을 쌓아 무엇이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형성돼야 마약 같은 심각한 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마약슬랭
“난 Coke(콜라)와 7-up(세븐업)이 좋아.”
여기서 말하는 ‘콜라’와 ‘세븐업’은 흔히 알려진 음료수 브랜드가 아니다. 마약중에도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코케인과 환각제 일종인 ‘2c-b’를 뜻한다.
이처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마약을 의미하는 ‘속어(slang)’들은 무수히 많다.
코케인은 ‘Coke(콕)’ 외에도 ‘Big-C(빅씨)’, ‘Snowbird(스노버드)’, ‘Nose Candy(노즈 캔디)’ 등으로도 불린다.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접한다는 마리화나의 별명은 ‘Weed(위드)’, ‘Pot(팟)’, ‘Dope(도프)’, ‘Hash(하시)’, ‘Aunt Mary(앤트 메리)’ 등 이다.
한인 청소년들이 파티 등에서 주로 복용하는 엑스터시는 ‘Adam(아담)’, ‘E(이)’, ‘X(엑스)’, ‘Roll(롤)’ 등으로 바꾸어 불린다.
최근 몇년 사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약인 메탐페타민은 흔히 ‘Crystal(크리스탈)’로 잘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Brown sugar(브라운 슈거)’, ‘Aunt Hazel(앤트 헤이즐)’, ‘Mud(머드)’ 등은 헤로인을 뜻한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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