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한국어 강좌 현주소] 87곳 7000여명 수강…아직 갈길 멀다
한국 위상 커지면서 한글 열기도 높아져
아직은 전체 외국어 등록생의 0.5% 불과
수강생 대부분 동남아 출신에 머물러
"영향…이(?) 하다?" "아니죠. '영향을 받다'가 맞아요."
"위치를 자치하다?" "아니에요. '위치를 차지하다'죠."
7일 오후12시 UCLA의 한 강의실. 30여명의 학생들이 '대중가요' '전통' '위치' '영향' '차지하다' '받다' 등의 단어들을 가지고 문장 만들기 연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틀리면 제인 최 강사가 정답을 알려줬다.
이들은 UCLA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어 강좌 '고급반' 학생들이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노래방'. 한국 가요와 가곡을 들으며 '대중가요' '가곡' '농악' 등의 단어를 익히고 있었다. 이 강좌 수강생의 절반이상이 아시안계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 노래를 통해 한국어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UCLA 한국어학과 손성옥 교수는 "대부분 한류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아시안계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USC의 한국어 수업 초급반. 이 대학 4학년인 타타 카존데샤양 등 10명은 '있어요' '없어요' 등의 기본 한국어 표현을 배우느라 눈망울들이 초롱초롱하다.
타타 카존데사양은 "배우 윤은혜가 나오는 드라마는 모두 섭렵했고 빅뱅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며 "한국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 한국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탄력받는 한국어 세계화= UN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한글 사용인구는 2005년 현재 7739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다.
한류로 인해 한국어 교육 붐이 일면서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등 국가명도 낯선 곳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또 대학내 수업으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지역도 전 세계 62개국 750곳에 달한다.
최근들어서는 특히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과 같이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에 한글을 수출하자는 '한글의 세계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한글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갈수록 소형화되고 있는 휴대폰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영어를 기본으로 하는 컴퓨터 자판 형식인 쿼티(QWERTY)자판의 휴대폰은 소형화에 한계가 있다. 애플 아이폰이 각종 우수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려면 최소한 손바닥 크기의 자판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천지인을 기본으로 하는 한글 자판형태로는 얼마든지 휴대폰 소형화가 가능하다.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메릴랜드대 교수는 최근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며 "한글은 세계의 알파벳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미 87개 대학 7000여명 수강 = 실제 미국 대학내 한국어 수강생 수도 한류바람과 함께 늘어나고 있다. 미 교육부 후원으로 현대언어협회(MLA)가 실시한 '미국 대학내 외국어 강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6년 가을학기 현재 미국내 2851개 대학중 87개 대학이 한국어 강의를 열고 있다. 또 한국어 강좌에 등록된 학생수도 2002년 5211명에서 2006년 7145명으로 37%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한국어 강좌 등록생 수는 여전히 전체 외국어 강좌 등록생의 0.5%에 불과하다.
〈도표 참조〉
한국어 강좌 수강생은 등록학생이 가장 많은 스페인어(1위) 프랑스어(2위) 독일어(3위)에 한참뒤진 14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일본어(6위4.2%) 중국어(7위3.3%) 등 한 중 일 동북아시아 3개국의 다른 언어와 비교해 볼 때도 저조한 실적이다.
한국어 교육 관련 교수들은 "한류덕에 한글을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늘었지만 이들은 주로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한정돼 있는데다 그나마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며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한류같은 문화 컨텐츠가 수반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찌아찌아족은…'한글 세계화' 첫 결실 맺은 부족
지난 8월초 한국 한글 학계가 추진해왔던 '한글 세계화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맺었다.
바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가 지역내 토착어인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채택한 것이다.
바우바우시는 찌아찌아족이 모여사는 소라올리오 지구 초등학생 50여명에게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배포함과 동시에 지역내 제 6 고등학교 학생 140여명에게 주 8시간의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한글 세계화 프로젝트'는 지난 2008년 5월8일에 시작됐다. 또한 두달후 훈민정음학회는 바우바우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 한글 공식문자 채택이 빠르게 진행됐다.
훈민정음학회는 1년동안 바우바우시내 영어교사 아비딘씨를 서울대학교로 초빙 한국어를 가르치며 현지 한국어 교사를 양성했다.
초등학교에 배포된 교과서는 '바하사 찌아찌아1'로 모든 문자가 한글로 표기됐다.
이 교과서는 '부리(쓰기)' '뽀가우(말하기)' '바짜안(읽기)'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찌아찌아족의 언어와 문화 지역 전통 설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서기원.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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