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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글 지킴이 ①] 문자 없는 종족에 ‘가나다라’ 전파

김석연 세종학연구소장…한글 자음·모음으로 ‘누리글’ 개발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566년. 한글은 이제 한반도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 언어가 돼 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미국에서도 공문서나 비즈니스, 일상생활에서도 한글문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글 ‘수출’ 에 앞장서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글보급에 헌신한 이들도 있다. 미국땅에서 한글에 몸바친 한글지킴이들의 발자취를 찾아보았다.

뉴욕주 버팔로에 사는 김석연(81)세종학연구소장(음성학 박사). 글이 없는 미개한 종족들에게 한글을 그들의 문자로 쓰도록 연구개발하는 데 36년 외길을 걸어온 김 박사는 이렇게 일갈했다.

“훈민정음을 모르는 한국인도 없고, 아는 한국인도 없습니다.”



평생 음성학을 연구한 그가 훈민정음의 철학을 재발견한 것은 뉴욕주립대 버팔로에서 음성학으로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1970년대.

그는 “X레이도 없던 반 세기 전에 발성 구조를 그대로 본떠 글자를 만들어낸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충격은 세종학연구소에서 누리글연구·선교센터 설립으로 이어지고, 훈민정음을 알리는데 앞장서게 됐다.

‘ㅇ’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 진 것처럼 한글 제작 원리는 어느 종족의 말이라도 발성 구조만 알면, 그것을 그대로 시각화해 글자로 만드는 것이다.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기본으로 세계 언어의 모든 발음을 포괄할 수 있는 독자적인 표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인 ‘누리글’을 창안한 지 15년.

2001년 유네스코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해 누리글을 세계 표준 공용 문자로 채택하자고 제안했고, 유네스코측에서는 케이스 스터디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2002년부터 네팔·몽고·필리핀·중국을 돌면서 말은 있지만 글이 없는 종족을 찾아 누리글을 가르쳤다. 사비를 털어 일년에 길게는 6개월, 짧게는 4개월씩 오지를 떠돌았다.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어 사라지는 소수 언어가 8000개에 달한다는 유네스코 자료를 볼 때마다 칠순이 넘은 자신을 다그쳤다.

김 박사는 3시간 안에 자신의 이름을 적기 시작하는 미종족 주민들을 수없이 만났다. 하지만 일일이 종족의 말소리를 녹음해 받아 적어 글자화 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김 박사의 다음 계획은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 그는 “말소리를 누리글 원리를 이용해 문자로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모든 세계인이 글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팔순을 넘긴 김 박사는 요즘도 하루에 8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훈민정음을 연구한다. “세상을 뜨기 전까지 만민의 소리를 하나의 문자 체계로 만들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내 소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김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부교수직 맡던 중 뉴욕주립대 버팔로로 유학와 음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5~2003년까지 이 학교에서 한국학과 음성학을 가르쳤다.

조진화 기자 jinhw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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