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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할아버지, 힘내세요.

매일 아침 출근길에 남양주에 계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린다. 하루 일과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바쁘고, 저녁에는 게을러지기에 매일 출근길에 전화를 드리기로 한 것은 지난 봄이었다.

매일 전화를 드려 서울 계신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결심을 했다. 얼굴 뵌지 오래되어 불효자로서 늘 죄송한 맘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매일 아침 전화를 드리니 그 곳 시간으로 저녁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시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늘 반갑다.

유학길에 오르는 둘째 아들에게 건강에 유의하라고 하셨던 아버지는 그 사이 병을 얻으시고 나이도 칠십 중반을 넘으셔서 태평양을 건너오는 음성에 기침 소리가 자주 동행한다. 나의 인생에 남양주에 계신 아버지께 버지니아에서 출근길에 전화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미국 사는 아들과 한국의 아버지가 전화하는 시간은 대개 매일 15분에서 20분이다. 병중이신 아버지께 아무 것도 해드리지 못하지만, 병원에 다녀오시거나, 무슨 치료를 받으신 날이면 반드시 경과를 여쭈어 본다.

가끔 전화하는 경우에는 모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지만, 매일 전화를 하다보니 화제가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다. 다행히 이 곳에서도 한국의 소식을 매일 듣는 시대가 되어서 한국과 미국의 다양한 화제를 가지고 아버지와 대화를 한다.

아버지는 브라질이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것을 두고 남미의 다른 나라들도 앞으로 더 잘 살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자주 이야기하시는 화제는 당신의 손자이다.
당신의 손자가 한창 귀여웠던 일곱 살에 미국에 온 바람에 아버지께서는 손자가 늘 그리우셨던 것 같다. 그래서 아침에 아들이 나와 함께 등교를 하면서 전화로 인사를 하는 날이면 아버지는 무척 기쁜 목소리로 반기신다.

“할아버지, 힘내세요!”

아들은 늘 할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인사를 한다. 오래 떨어져 있었지만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그런대로 이어진다. 아들이 존대말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이럴 때면 고마울 뿐이다. 한국의 피로 회복제 광고에서 손녀가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제 말을 막 배우는 듯한 어린 아이가 할머니에게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야말로 피로가 회복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들이 할아버지와 통화하는 장면을 보면 늘 그 광고가 마음에 떠오른다.

“너, 대학 가면 엄마한테 매일 전화할래?”

“그건 생각해 보아야겠어요, 아빠.”

매일 아침 한국의 할아버지께 전화를 하는 아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눈으로 아들은 나를 바라본다. 사실 나는 아들이 대학을 가 집을 떠나면 우리에게 자주 전화하지 않을 것을 잘 안다. 용돈이 떨어져야 전화를 하는 아들에게 매주 약간의 금액만을 송금하는 어머니를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얼마나 우리를 떠나고 싶어하는가?

‘효’에 관해서 그리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가 인단의 도리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늘 강조해왔는데, 나의 눈에 아들은 아직 철모르는 아이일 뿐이다. 그래도 함께 어딘가 가자고 하면, 잘 따라 나서는 아들이 아직은 고맙기도 하다.

“아빠는 어떻게 매일 그렇게 할아버지께 전화를 해서 대화를 하세요?”

“할아버지께서 병에 걸리셔서 치료 중이신데, 하루 하루 어떻게 지내시는지 걱정이 되니 전화를 하는 거야. 네가 아플 때 걱정을 하고, 엄마가 아플 때 걱정하는 것과 같지.”

할아버지께서 무얼 드셨는지, 낮에는 어딜 가셨는지, 잠은 잘 주무셨는지를 늘 확인하는 아빠를 보면서 아들은 그런 것까지 알아보아야 하느냐는 눈치다. 하긴 나도 그 때는 그랬던 것 같다.

나의 아버지는 늙지 않으시고, 영원히 중년의 나이로만 계실 줄 알았다. 그러나 아버지께도 환갑이 찾아왔고, 내가 아들을 낳는 바람에 아버지도 할아버지가 되어야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암과 싸우시고 계시다. 이제는 매일 전화를 받으시는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감사하다.

학교 공부와 입학 시험, 여러가지 활동으로 바쁜 청소년기의 아들이지만, 집안 어른들과 부모에 대한 생각을 바르게 심어주고 싶다. 우리만 미국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가족 간의 도리를 아들이 깊이 알면 좋겠다. 결국은 가족의 힌 구성원으로서 인간미 있는 사람만이 행복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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