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 통해 본 바이오기업 성공비결···약 개발 '대중화'가 관건
'먹는 알약' 차별화…소비자 선호 높여
'길리어드' 김정은 부사장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개발을 성공으로 이끈 자신의 체험담을 담아 이같이 말했다. 김 부사장이 길리어드로 자리를 옮긴 1994년. 연 매출이 2000만 달러에 불과한 정도여서 향후 2~3년 안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부사장이 주역이 된 타미플루 개발이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 급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는 자금 문제 등으로 사업 존망을 걱정하는 한국 업체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타미플루의 인기비결은 '대중화'
"처음 개발했다고 약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닙니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1994년 김 부사장은 네이처에 실린 인플루엔자 치료제 리렌자 관련 논문을 보고 타미플루를 구상했다. 결국 김박사팀은 인플루엔자 치료제를 먹는 알약으로 개발하면서 리렌자보다는 개발은 늦지만 대중화에 성공했다.
김 부사장은 타미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독감치료제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김 부사장은 "다른 약은 주사를 맞거나 호흡기로 들이마시는 형태여서 빠른 치료가 어려웠다"면서 "타미플루는 개발할 때부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먹는' 타미플루는 '흡입하는' 리렌자를 누르고 신종독감 치료제 시장의 90%를 차지하게 됐다.
▷'대박' 타미플루 왜 직접 생산 안했나
길리어드는 타미플루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임상실험 및 생산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길리어드사는 특허권만 소유하고 생산ㆍ판매권은 스위스의 로슈사에 넘겼다. 김 부사장은 "타미플루가 완성된 초창기에 길리어드는 지금과 같은 대형 제약회사가 아니었다. 막대한 추가 연구비가 들어가는 임상실험을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기술력만 뛰어나다면 판로는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타미플루는 스위스 제약회사인 로슈에서 생산 판매를 맡고 있으며 2008년 길리어드가 로슈로 받은 로열티는 1억5550만달러에 달한다.
▷한국 우수한 기술력 한 곳으로 모아야
"한국기업이 전자산업 분야에서는 선택과 집중화를 토대로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듯이 바이오 산업도 시장성이 큰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고 김 부사장은 말했다.
김 부사장은 "C형 간염이나 에이즈 치료제 분야에 세계적으로 내노라 하는 업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길리어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 시장은 100억 달러 규모다. 전세계 회사들이 앞다퉈 에이즈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의 65%를 길리어드가 점유하고 있다. 개발을 위한 김 부사장의 안목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3가지의 복잡한 약을 합쳐 하루에 한 알만 먹고도 효과가 가능한 유일한 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상태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