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지금] '돈키호테' 작가 세르반테스 탄생···스페인의 번영과 몰락 문학에 담다
9월 29일은 스페인의 위대한 작가 세르반테스(1547~1616.사진)가 태어난 날이다. 그는 스페인이 신대륙 진출과 더불어 가난하고 촌스러운 나라에서 벗어나 세계 열강의 반열에 오른 16세기 중반에 태어나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에 격파당한 뒤 서서히 몰락의 길에 들어선 17세기 초에 죽었다.아버지 시대의 비상(飛上)과 아들 시대의 추락을 모두 경험한 작가였기에 소설 '돈 키호테'(1605)에는 그 시대의 '정신분열적 이중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르반테스는 영웅시대의 마지막 황혼기를 승승장구한 인물로 저 위대한 승리의 전쟁 레판토 해전에 출전한 전쟁 영웅이었다. 그는 이 전쟁에서 총에 맞아 왼쪽 팔을 잃었다.
귀국하던 중 알제리의 해적들에게 나포되어 5년 넘도록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노예 신세가 되었지만 이 시기에도 동료 포로들의 탈출을 돕는 등 용맹을 잃지 않았다. 1580년 포로 상태에서 풀려나 펠리페 2세의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세월은 변했다. 카를 5세의 영웅적이고 기사도적인 시대는 사라지고 권태와 환멸만이 가득했다.
소설의 공동 주인공인 돈 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영웅적 '가상세계'와 환멸의 '현실세계'를 각각 대표하는 인물이다. 16세기 중반과 17세기 초 스페인의 이중성을 구현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르반테스는 완벽한 '시대의 아들'이요 자기 시대의 기록자였다.
세르반테스의 문학은 위대하다. 하지만 겨우 한 세기 전성기를 누리다 사치.낭비와 무능한 리더십으로 몰락한 스페인 제국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