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교 보내자니 '불안'···그렇다고 안보내자니 '찜찜'
신종플루 라크레센타 초등학교 가다
학부모들 속앓이
인터뷰에 응한 학부모들은 주말 동안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보내야 되나 며칠 쉬게 하나'.
"소식을 접하고 학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부부)가 모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데려오긴 했는데…." 3학년 딸을 둔 유민식(37)씨는 "찝찝하다"고 했다.
유씨는 "언론을 통해서 '학교 내 전염'이 신종플루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들었다"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 사이에서 전파력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백신접종은 시작되지 않았고 확실한 감염 증후도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5학년 아들을 학교에 내려 준 피터 김(42)씨는 "학교측에서 휴교 조치가 없어 일단 등교시켰다"며 "아직까지는 극소수 환자라서 안심하려고 애쓰지만 순식간에 번지면 어떡하나 조바심이 난다"고 걱정했다.
제니퍼 최(36)씨는 "듣기로는 신종플루가 선선한 날씨를 보이는 지금부터 크게 확산된다고 하는데 무조건 학교 당국만 믿어도 될 지 모르겠다"며 "많은 엄마(학부모)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몇 명 안 된다고 안심하는 것 같은데 그 소수 중에 우리 아이가 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점심시간 인근 패스트푸드점에 아이를 데려온 이모(38)씨는 "일단 오늘만큼은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나도 휴가를 내 일주일동안 '자체 휴교'를 할 생각인데 그게 쉬운 것도 아니고…"라며 말을 흐렸다.
이어 "아무리 내 아이의 위생을 철저히 한다해도 학교에 가면 전염될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며 "특히 어린 애들은 자신의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증상도 모호해 더욱 불안하다"고 했다.
이씨의 아이는 "돼지독감(아이들은 신종플루를 보통 이렇게 부른다)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는데 난 손을 잘 씻어서 괜찮을 것 같다"며 "학교 안 가고 엄마랑 며칠 보내는게 좋다"며 웃었다.
하교길에 만난 김모(5학년)군은 "한 아이가 돼지독감 때문에 아파서 학교에 못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엄마가 맨날 손 닦으라고 잔소리를 더 한다. 이젠 주말에 샤핑몰에 가서 놀면서 영화관도 못 간다고 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최소 20여 명의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라크레센타와 버뱅크 내 초.중.고등학교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학부모들의 마음은 검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라크레센타=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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