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더 소비하고, 미국은 더 저축해야'
G20 세계 경제 '새 틀 짜기' 막전막후
◆기후변화를 둘러싼 미국.중국의 대립= 미국은 1차 워싱턴 회의와 2차 런던 회의 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3차 회의를 앞두고 달라졌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의욕적으로 각종 이슈를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1 2차 회의를 지켜본 뒤 잘만 하면 미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데 G20 체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 문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7월 G8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금융 메커니즘(Climate Change Financing Mechanism)'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차원의 금융지원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 상황과 산업 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이 앞서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뒤처져 있다. 금융지원을 통해 개도국들이 대체에너지 개발 등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게 되면 선진국들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이슈를 활용해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달 초순 런던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은 이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원 조성은 선진국들이 짊어져야 할 문제"라며 자금을 대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향후 각종 기후변화 규제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결국 G20 재무장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재원이 신속하고 충분하게 조성돼야 할 필요가 있으며 코펜하겐 회의에서의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는 두루뭉술한 합의에 그쳤다.
◆새로운 화두는'균형회복'= 금융위기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미국 등 서방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이 벌인 1년간의 사투는 '리밸런싱 (Rebalancing)'이란 용어로 봉합됐다.
선진국들은 그간 미국이 소비하고 중국이 저축.수출한 데서 생긴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이번 금융위기의 근원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중국은 선진국의 금융시장 감독 실패가 금융위기를 낳았다고 반박해왔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임밸런스'라는 표현에 질색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고성장의 바탕이 된 수출주도형 성장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미국은 예전처럼 소비만 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결국 G20 재무장관들은 중국이 싫어하는 '임밸런스'란 표현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세계 경제의 균형회복이란 뜻의 '리밸런싱'으로 절충했다. 표현이 어떻든 속뜻은 '미국의 과다 소비+중국 과다 저축'을 축으로 한 세계 경제 구조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리밸런싱이란 이름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뜨거운 감자인 '위안화 평가 절상'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미국의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 구상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독일.일본 등 주요 수출국들은 소비를 늘려야 하고 미국 같은 채무국들은 저축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건재와 중국의 부상= 금융위기 발발 직후 요란했던 '신브레턴우즈 체제' 얘기는 쑥 들어갔다. 기축통화를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바꾸자는 논의도 잦아들고 있다. 미국의 건재가 확인되는 셈이다.
정황은 G20 회의에서도 드러난다. 재무장관회의에서 '기후변화 금융 메커니즘' 도입에 중국과 유럽 대표단의 대립이 고조되자 이를 정리한 것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참가국들 간 의견이 대립할 때마다 미국 대표가 최종적으로 교통정리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도 입증됐다. 한계는 있지만 중국 대표단의 발언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원하는 것을 아직 마음대로 관철시키지는 못하지만 어떤 결정도 중국의 동의 없이 이뤄지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표현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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