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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지금] 일 황실박물관장 순종 황제 알현···전국의 우리 문화재 유출 본격화

평소 골동품이나 문화재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든 아니든 외국에 나가면 으레 박물관을 찾기 마련이다. 박물관 유물이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통념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어떤 나라와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매체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의 박물관을 보고 온 사람들은 일단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된다. 돌아와서는 박물관이 잘 되어 있어야 선진국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한국이 앞으로 수십 년간 고도 성장을 지속한다 해도 그런 박물관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류 문명의 정수를 모아놓은 거대 박물관들은 제국주의 팽창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시대 열강의 문화재 약탈은 식민지에 관한 정보수집 활동의 일환이었다.

또 그것들을 모아놓은 박물관은 자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전시장이었다. 그래서 남을 지배하고 연구한 경험이 있는 나라의 박물관과 남의 해석 대상이 된 나라의 박물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1908년 9월26일 일본 황실 직속인 제실박물관 총장 마타노 다쿠가 박물관 미술부장을 대동하고 서울에 들어와 순종 황제를 알현했다. 이 무렵부터 일본의 한국 문화재 '수집' 활동이 본격화됐다.

그들이 한국 문화재를 정당하게 수집했는지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줍고 훔치고 빼앗고 얻고 사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한국 강점 직전인 1910년 4월에는 대한제국 제실박물관의 스에마쓰 구마히코 부장을 시켜 전국의 문화재를 수집해 오게 했다. 군수들에게는 '보물을 가진 인민은 군청에 가지고 와서 유래와 역사를 상세히 설명하도록 알리라'는 훈령을 내렸다.

그렇게 수집한 문화재의 상당수가 일본으로 흘러갔고 한국 강점 이후에도 문화재 반출은 계속되었다. 1909년 11월에 개관한 대한제국 제실박물관은 일본의 한국문화 '연구'를 돕는 구실을 했다. 그러니 오는 11월의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마냥 기꺼워만 할 일은 아니다.

우애주의를 내세운 일본의 하토야마 신내각은 과거사 문제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대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독도.위안부 문제 말고도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는 너무 많다.

전우용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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