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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칭찬이 자녀를 바꾼다

맥도널드에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햄버거를 먹는 이 곳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수천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 맥도널드가 하루에 파는 햄버거는 몇 개나 될까? 몇 명의 사람들이 맥도날드를 들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줄을 서고 차례가 되어 주문을 한다.

그런데 주문을 받는 백인 아가씨의 얼굴이 그리 밝지 못하다. 하루 종일 서서 일을하니 힘이 들어 그런가? 아니면 내가 백인이나 흑인이 아니고 아시안이라 좀 불편한가? 나는 주문을 하는 사이에 이 백인 아가씨의 얼굴을 살폈다.

나의 영어가 미국에서 자란 사람만큼 매끄럽지는 않아도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으니, 그것때문은 아닌 것 같다. 또 처음보는 사람을 내가 함부로 대할 리가 없으니 그녀의 무표정은 분명 그 날의 피곤함이나 다른 일로부터 왔던 것 같다.

줄을 서 기다릴 때부터 내가 본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손님을 대하고 있었다. 짧은 대화를 통해 손님의 주문을 받고, 돈을 받은 후 영수증을 내어주는 과정이 반복되니 지루할만도 하겠다 싶었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몸이 녹초가 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자기 할 일을 하기는 하는데, 손님에게 미소를 주거나 친절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담담하게 자기 할 일만을 하는 그녀였다. 주문을 받은 후 내게 영수증을 주는 그녀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일을 아주 빨리 잘 하시네요.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해서 영수증을 주는 시간이 아주 짧습니다.”

그녀는 나의 이런 말이 뜻밖이라는 듯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곳에서는 얼마나 오래 일하셨나요? 일하시는 모습이 정말 숙련되어 있습니다. 주문을 받는 목소리도 아주 깔끔해서 주문을 하는 사람과 주문을 받는 사람 사이에 혼돈될 것도 없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그저 배운대로 하는 중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는 이제 마지막 인사를 그녀에게 건넨다.

“이 곳의 매니져는 분명히 기쁘겠습니다. 당신같은 직원과 함께 일을 하니까요.”

그 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는 내내 나는 그녀의 힘차고 밝은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맞는 모든 손님들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력이 넘쳤으며, 얼굴에는 상냥한 미소가 흘러넘쳤다. 한 사람 한 사람 상냥하게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많은 손님들도 마음이 밝아졌을 것은 분명하다. 무엇이 그녀를 바꾸었을까?

칭찬은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칭찬은 자녀를 변화시킨다. 어떤 사람들은 과도하고 불필요한 칭찬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고 경계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경우 칭찬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를 만든다.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늘 돌아보는데, 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들으면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스스로 그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전시키고 완성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맥도날드의 백인 아가씨는 나의 칭찬 한 마디에 자신의 모습을 ‘고객에게 친절한 사람’, ‘활력적인 사람’으로 마음 속에 그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대로 사람들을 대했다. 칭찬은 놀라운 일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

우리 집에서는 칭찬에 관해서 아내가 한 수 위이다. 아내는 아들이 밖에 나가 끼니 때 무얼 먹었는지 물어보고는 아들이 무얼 먹었든지 ‘잘 했다’고 말한다. 아내는 아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고 식사를 한 것을 칭찬하는 것이다. 또 아들이 합창 공연에서 썩 노래를 잘 하지 못해도 아내는 잘했다고 칭찬한다.

노래는 다소 부족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좋았다고 이야기해준다. 선천적으로 약한 오른 발 때문에 친구들처럼 잘 달릴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아들에게도 아내는 칭찬을 한다.

“좋지 않은 발로도 그런 기록을 냈으니 얼마나 장하니? 엄마는 기쁘다. 앞으로 넌 더 잘 할 수 있단다.”

자녀에 대한 칭찬은 자녀의 장점을 찾아내는 눈이 없으면 할 수 없다. 상황으로부터 긍정적인 요소를 우선 보는 눈이 없으면, 문제점과 단점만을 거론하게 된다. 장점을 보고 칭찬을 해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텐데, 칭찬받지 못하고 자란 부모들은 그 기회를 놓친다.

빨리 문제점을 고치고자 하지만, 문제점을 키울 수도 있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존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 칭찬. 그 칭찬이 자녀들의 미래를 바꾼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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