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김의 '부동산 이야기'] 악덕 부동산 업자 길들이기
그레이스 홈 부동산 대표
각층마다 4개의 방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엌이 있는 3층으로 된 건물을 방문했다는 아이는 벽난로와 쥴리엣의 발코니까지 갖춘 넓은 방은 각층에 하나 씩 만 있어서 200달러를 디파짓하고, 잡아 두었으니 허락해 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학교가 시작되기 일 주전에 그 곳을 딸아이와 찾게 되었다.
리싱 매니저라는 A는 아이가 예약해 놓은 것은 그 방이 아니라며 다른 방을 보여 주었다. 디파짓 영수증을 보니, 그곳에는 빌딩의 거리 번호만 있을 뿐, 유닛 번호는 기입돼 있지 않았다. 그는 다른 방들은 이미 리스 계약이 다 끝난 상태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인터넷에도 넓은 방의 사진만을 띄워 놓은 걸로 봐서는 아마도 그 방을 낚시 밥으로 이용하고, 일부러 유닛 넘버를 표시하지 않는 수법으로 200달러를 포기시키든지, 아니면 작은 방으로라도 들어가도록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하나 남아있는 큰 방은 아주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왜 선납금 영수증에는 유닛 넘버가 기록돼 있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이 빌딩 안의 방들은 유닛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는 대답했다.
그러나 개학을 코 앞에 두고, 근처의 다른 아파트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고, 캠퍼스와 한 블럭 내에 있는 로케이션의 장점만 보고 눈 딱 감고 1년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로비에 상근 직원이 없어 시큐리티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다시 아이를 설득해 학교의 학생주거 담당부서를 찾아갔다. 늦었지만 혹시, 기숙사에 빈자리가 있는지 물으니, 담당자는 호텔 수준으로 새로 지은 14층 건물에 펜트하우스 유닛이 하나 비어있다는 기쁜 소식을 말해줬고, 우리는 단번에 수락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A에게 전화를 걸어 서명한 계약서를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더니, A는 내가 서명한 계약서를 가져와 빌딩 주인의 사인을 받아 이미 계약을 완결시켰기 때문에 파기할 수 없으며, 입주 유무와는 상관없이 1년치 렌트비는 책임져야 한다며 협박 조의 톤으로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우선 오프사이트에 있는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손님들에게 아파트를 보여 주는 일은 부동산 라이선스를 소유한 사람이 해야 하니 당신의 라이선스 번호를 알려 줄 것과 내가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할지라도 상대측에서 서명한 서류를 내가 받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계약서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을 인정하는가를 물었다.
또한 유닛 넘버가 없다 할지라도 다른 방과 구별되는 문구를 넣지 않은 채 디파짓을 받고 방을 예약을 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며 상식대로 라면 당신은 우리에게 빌딩 전체를 그 가격에 1년 동안 렌트 준 것이니 그렇게 해준다면 나는 그 계약을 그대로 준수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취소된 계약서를 인정하지 않고, 10일 안으로 200달러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당신은 부동산 계약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줬다.
이틀 후 그는 미안하다는 편지와 함께 200달러짜리 수표가 들어 있는 등기 우편을 보내왔다. 두 번씩이나 운전하고 와서 보여준 A의 수고를 생각해서 돌려 받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돈까지 되찾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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