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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대화, 프레젠테이션, 리더십

미국에 공부하러 와서 놀란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학생들이 모두 자기 의견을 멋지게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까지 공부를 하러 온 학생들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강의실에서 그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마음 속으로부터 감탄과 함께 부러움이 일어났다. 그것은 영어를 잘 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했다. 저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은 것까지도 편안하게 교수 앞에서 말했다. 긴장이라고는 전혀 안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상대적으로 권위적인 교실에서 내가 공부하면서 성장했음을 알게 되었다.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의 견해에 반대하는 의견을 당당하게 펼치는 미국 학생들은 나의 눈에는 분명 놀라움이었다. 강의실의 공기까지도 자유로와보였다면 과장일까?

그 다음으로 눈에 띤 것은 같이 공부하는 미국 학생들이 하나같이 논리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친 점이다. 차근 차근 자기 의견을 말하는 그들은 자기 주장의 근거를 타당하게 보여줌으로써 논리적으로 듣는 사람을 설득했다.

나도 의견을 발표하면서 나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애를 쓸 때 마다 무척 신경이 쓰였다. 다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잘 이야기하는데 나만이 짧게 단답을 할 수는 없었다.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서 일정 시간 모두들 앞에서 발표하는 소위 ‘프레젠테이션’은 나를 더 놀라게 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아나운서처럼 자기가 준비한 것을 발표했다. 내용은 물론이고 형식도 매끄럽고 보기 좋았다. 어쩌면 말하는 방식들도 그렇게 깔끔하고 명료한지 나 자신을 더 돌아보아야 했다. 듣기 좋은 음성으로 군더더기없이 말하면서도 긴장하는 빛이 없는 그들을 보면서, 공부라는 것이 그저 지식을 머리 속에 차곡 차곡 넣는 것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잘 정리해서 보기 좋게 펼쳐보이는 것,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발표를 하는 것은 주입식 교육의 환경에서 에서 성장한 나에게 극복해야 할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 때, 초등학교 2학년으로 미국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아들은 나와 달리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1년 정도의 적응 기간이 흘러 영어에 익숙해지자 아들은 서서히 교실에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시했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께서도 아들이 자기 주장을 적절하게 펼친다고 하셨다. 나는 나의 강의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미국 친구들처럼 어린 아들도 미국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자기 의견을 멋지게 펼쳐주기를 바랬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이야기하기를 좋아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네 살, 다섯 살이었던 아들과의 여행길에서도 늘 아들에게 가는 곳과 보는 것들을 설명해주었다. 또 아들의 느낌도 늘 들어주고 칭찬을 해 주었다. 아들이 더 많이 자기 생각을 말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무슨 이야기든지 들어주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늘 물었다.

아들도 역시 늘 입에 ‘왜’를 달고 다녔다. 아주 가끔은 집요하게 묻는 아들에게 아내와 내가 손을 들고 대화를 피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세 식구가 늘 생활 속에서 많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면서, ‘왜’를 입에 자주 올렸다. 아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자기 주장을 펼치게 된 것은 우리 가정의 분위기 탓이 크다고 하겠다.

자유로우면서도 논리적인 자기 주장은 가족 구성원간의 편안한 의사소통으로부터 시작되어 자녀가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있게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다수 앞에서 설득력있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바로 그들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논리를 바탕으로 해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을 하는 사람, 상대를 간파하여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 상대의 주장을 포용하면서 편안하게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자기 주장을 정확하게 하고, 타인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멋지게 펼치도록 이끄는 것은 한편으로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고도 보인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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