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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년] '월가 비사' 왜···리먼은 죽이고 AIG는 살렸을까?

'Mr. 구제금융' 폴슨 재무, "정치권 반발, 리먼 지원 못해"
버냉키 의장 "AIG가 더 컸다"…부시는 관객 자리에 머물러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4일 일요일 아침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과 재무부의 고위층 인사 주변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파산 위기에 몰린 리먼브러더스 매각을 위해 진력을 다하던 이들은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리먼 인수에 나섰던 마지막 협상 상대는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 그런데 영국의 금융감독기구인 금융감독청(FSA)에서 인수협상에 딴죽을 걸어온 것이다.
영국 증시 규정상 인수 기업의 부채 보증을 위해선 주총 의결이 필요했다. 영국 감독당국이 이런 규정의 예외를 인정해 주지 않는 한 협상은 진전될 수 없었다. FSA는 예외 인정을 거부했다(바클레이즈는 나중에야 리먼의 미국 내 핵심사업과 맨해튼 사옥을 17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결국 협상은 깨졌고 이날 리먼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엔 '대공포(Great Panic)'가 엄습했다.
▷무위로 끝난 월가의 심야 회의= 리먼 파산 이틀 전인 12일 오후 6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1층 회의실. 헨리 폴슨 당시 미국 재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현 재무장관)가 월가의 20개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를 한자리에 소집했다.
폴슨은 "여러분이 앞장서 리먼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월가 금융회사가 손실을 분담해야 리먼이 팔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자정이 임박해서야 그날 모임은 끝났다. 참석했던 CEO들은 리먼이 설령 구제되더라도 메릴린치.AIG.모건스탠리 등이 다음 차례임을 직감했다.
다음날인 13일 아침 바클레이즈와 함께 리먼 인수 협상에 나섰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을 뺐다.

▷리먼 파산 대안은 없었다=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웨설은 지난달 출간한 책 『In Fed We Trust : Ben Bernanke's War on the Great Panic』 (우리는 연준을 믿는다 : 버냉키의 금융위기 전쟁)에서 급박했던 리먼 파산의 전야를 이렇게 묘사했다. 웨설은 바클레이즈의 리먼 인수 협상이 깨진 뒤 사실상 리먼 파산은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정책당국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선택'이 아니라 아무런 대안조차 준비되지 않은 무력한 상태에서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가이트너 총재도 폴슨 장관의 지원 없이는 리먼 국유화를 준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폴슨은 2008년 3월 베어스턴스에 이어 8월 파산 위기에 몰린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잇따라 구제한 뒤 정치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버냉키.가이트너와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폴슨은 "사람들이 나를 '미스터 구제금융(Mr. Bailout)'으로 부른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구제금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먼은 미국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살린 AIG 등 다른 회사와 과연 무엇이 달랐을까. 이에 대한 버냉키의 대답은 단순명료했다. "AIG가 더 컸다."
▷부시 "구제금융 당신들이…"=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회의에서조차 금융위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웨설은 "대통령이 미군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는 즉각 대응했지만 금융위기에는 '관객' 자리에 머물렀다"고 꼬집었다.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은 버냉키와 폴슨에게 심드렁하게 말했다. "구제금융안이 당신 맘에 편하다면 나도 편해요."
반면 버냉키 의장은 학자 출신의 신중함을 떨치고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모든 것(whatever it takes)'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연준은 전통적인 상업은행만 지원하는 데서 벗어나 투자은행.보험회사 심지어는 GMAC 같은 자동차 할부금융 회사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연준은 버냉키 의장의 적극적인 위기 대응 때문에 '최종 전당포(the pawnbroker of last resort)'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감독 수장 빼고 대책회의= 지난해 3월의 어느 날 새벽 4시45분 베어스턴스 처리를 위해 가이트너와 버냉키.폴슨 등 주요 인사들이 전화 회의를 열었다. 그 시각 금융감독 책임을 맡은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취침 중이었다.
대형 투자은행의 장래를 결정하는 자리에 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SEC 의장이 빠져 있었지만 회의 참석자 누구도 콕스를 깨우려 하지 않았다. 몇 시간 뒤 SEC의 한 간부는 새벽회의 참석자에게 '콕스 의장에게 회의 내용을 좀 알려 달라'고 애걸하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야 했다.
▷역사는 일요일에 만들어져= 중요한 의사결정은 유독 일요일에 집중됐다. 리먼 파산이 결정된 9월 14일도 그해 3월 베어스턴스를 JP모건체이스에 넘기는 결정도 8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조치도 일요일이었다.
이는 월요일 개장되는 아시아 증시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주택 거품에서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에 세계 각국이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방증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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