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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민생활에 회의감 들기도”

괴한에 피살 고 유두란 씨의 아들 영준 씨
한인들 적극 대처 안해
당국 수사 매번 미지근…이번 사건이 전기되길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갈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1일 이른 아침 한인 유두란(80)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애틀랜타 다운타운 인근의 코인론드리에서 강도가 쏜 총에 목숨을 잃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괴한의 총에 맞아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비보에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겨있다.

고인의 차남 영준씨는 “이번 사건으로 지난 20년의 이민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며 “이민생활에 회의감 마저 밀려든다”고 말했다.

영준씨는 지난 1988년 미국에 이민왔다. 현재 스와니에서 태권도 도장 ‘태권도 서울’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어머니가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이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이렇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올해로 개원 10년째를 맞은 태권도 서울에서 영준씨는 지난 8년간 매주 한번씩 둘루스 고등학교와 콜린스 힐 고등학교의 장애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왔다. 한국의 태권도를 알린다는 사명감과 장애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보람으로 살아왔다.

“80세 노인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런 분에게 그렇게 총을 쏘다니....”
영준씨는 또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현장인 코인론드리는 어머니가 60대였던 15년전에 인수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새벽같이 일어나 직접 문을 열고 밤이 늦도록 가게를 돌봤다. 활달한 성격때문에 어머니를 따르는 이웃들도 많았다. 사건이 일어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게 앞에는 애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머니는 워낙 활동적인데다 다정다감하기까지 하셨어요. 그래서 단골들도 많았고요. 그런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이웃들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지요.”

현재 애틀랜타 경찰은 사건을 수사중이다. 하지만 사건현장에서 단서를 찾지 못한데다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지지부진한 수사에 유가족들은 애가 탄다. “어디다 하소연 할 곳도 없습니다. 일단 목격자 부터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형제들이 돈을 모아 현상금 1만달러를 내걸기로 결정한 거에요.”

그는 이번 사건이 한 가정의 비극이 아닌 이민사회 전체의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도 이런 사건이 남의 일인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 가족 일이 될 수 있더라고요. 한인회에는 한인 범죄피해 관련 자료조차 없어요. 그러니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유가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줄 모를 수 밖에요.”

그는 권총강도와 같은 불행은 절대 남의 일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며 한인사회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가 알기로도 많은 한인들이 실제로 권총강도로 목숨을 잃었지만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가 미진한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이제 한인들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그의 말대로 이럴 때 한인사회가 범인검거를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은 결국 자신과 이웃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동그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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