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생명의 전화' 자원봉사자들 "따르릉이 살려달라는 소리로 들려요"
'생명의 전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박다윗 목사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불법체류자로 큰고생을 해본 적이 있고 정말 죽지 못해 살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려봤다는 박목사의 '생명의 전화' 도입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닌 듯싶다.벌써 10년째 수화기를 받고 있는 홍정자씨가 고참이다. 워낙 힘들고 열정없이는 계속 할 수 없는 탓에 교육 수료후 1년을 넘기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홍씨는 밤새 오피스에 앉아 한인들의 고민 상담 전화를 기다린다. 가끔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견디다 못해 깜빡 잠이 들었다가도 '따르릉' 전화 소리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마치 살려달라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생명의 전화 전화상담 봉사자는 총 80여명이다. 매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봉사자들이 교대로 수화기를 든다. 대외적으로 티나게 뭔가를 하지 않으므로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있다.
가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상담 교육을 받는 사람들을 구하는 기사와 상담 통계를 낼 때 1년에 한번 갖는 창립 기념 예배 정도다. 남가주 한인교회들의 지원으로 운영되니 행사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사실 오피스가 타운 어디에 있는지 보안을 위해서 당사자들 말고는 잘 알려주지도 않는다.
LA 거주 김희수씨 역시 벌써 봉사를 시작한지 10년째. 자신의 행복을 남에게도 나눠주고 싶어 봉사를 시작한 그녀는 "어두운 목소리로 전화했던 상담자들이 통화를 하면서 목소리가 밝게 바뀔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남편도 봉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봉사시간도 다르지만 서로를 잘 이해하고 아껴주는 사이가 됐다. 김씨는 "부부갈등 상담을 하다보니 남자들의 어려움도 알게 돼 남편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면서 "부부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보람은 많지만 상담 자체는 정말 쉽지 않다. 김씨는 한 통화자를 위해 귀가 아플 정도로 오래 전화기를 놓지 않은 적도 있다.
아울러 한인 커뮤니티의 음지들을 많이 만난다. 경제난 외도 가정 폭력에 이르기까지 평소 신문에서나 듣던 일들도 들려온다. 게다가 상담을 하다 다짜고짜 욕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음란전화도 있다.
박다윗 목사는 "사실 여자 봉사자들이 오래 못버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음란전화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화상담을 쉽게 생각하고 덤빈 사람들은 그래서 얼마가지 않아 중도하차한다.
"많은 경우 상담원들이 그저 듣기만 할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가슴에 갇혀있던 울분을 어디다 풀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내용을 또 이거구나 싶어서 넘겨짚어도 안되고 선입견을 가져도 안됩니다. 단지 잠이 안와서 전화거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어려운 생명의 전화 상담을 위해서 봉사자들 중심으로 소그룹으로 보충교육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상담원 리크루트도 쉽지 않다. 긴 시간이 아니어서 뜻과 열정과 사랑만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도울 수 있다.
특히 파트타임으로 간사를 구하고 있다. 이왕이면 영어를 잘해서 비영리 단체로 남가주 한인교회의 지원이외에도 정부나 다른 비영리 단체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문의:(213)480-0691(866)365-0691
생명의 전화=우리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삶의 용기와 희망을 섬어주기 위해 1998년 박다윗 목사에 의해 설립됐다. 연평균 2000여건에 달하는 전화를 상담한다. 상담전화의 약 50%가 타주에서 걸려오고 있을 만큼 미주 곳곳에 있는 한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
장병희ㆍ오수연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