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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세월 잊고 부디 편히 가시길…'

뉴욕 동포들, 김 전 대통령 서거에 충격·슬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한 뉴욕 동포들은 한결같이 ‘큰 정치인’을 잃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김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동포들의 슬픔은 남다르다.

정원호 전 호남향우회장은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한국 민주화에 기여했던 큰 별이 졌다”며 “남북 교류 물꼬를 텄고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IT산업 육성의 기틀을 세우는 등 한국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고 밝혔다.

김진옥 전 한국인권연구소 뉴욕회장은 “미국 망명시절 아무리 바빠도 매달 한 차례 뉴욕을 방문해 지지자들을 격려해 주셨다”며 “한국 민주화의 기틀을 닦은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용화 뉴욕한인회장은 “한국 역사의 큰 페이지를 장식한 별이 졌다”면서 “고인은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선구자이며, 남북한 교류의 물꼬를 트신 장본인인데, 50만 동포와 함께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기철 전 뉴욕한인회장도 “대한민국의 큰 지도자, 큰 인물이 가셨다”면서 “한국의 정치가 민주적이지 않았을때, 민주화 투쟁하신 것이 기억에 남고, 그런 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정치 현실이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근옥 퀸즈한인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과는 같은 고향”이라며 “옛부터 무척 좋아하고 마음속으로 항상 존경하던 분인데, 서거 소식을 듣고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퀸즈한인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분향소 설치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저지에 사는 주부 이은화씨는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그 분이 이룬 많은 업적들을 기억하면서 가신 분에 대해서 좋은 것만 생각하고 싶다”면서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하나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100일도 안돼 김 전 대통령까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혹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견디기 힘들어서 같이 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뉴저지에 사는 권국씨는 “우여곡절 정치 인생 끝에 많은 일을 남기셨다”면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부분도 있었지만, 다 뒤로 하고 편히 가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애도했다. 단체장들도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한편으로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허흥택 뉴욕한인태권도협회장은 “대한민국을 위해 큰 일을 하신 분이며, 안타깝고 고인을 위해 명복을 빈다”면서도 “그러나 고인은 햇볓정책을 바탕으로 북에 지원을 많이 했는데, 결국 지금의 핵 문제를 야기시킨 빌미가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동찬·조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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