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시] 무거운 연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정정인/시인
설지 않은 *애린여기
홀연히 길 떠난 당신께
편지 한 장 띄웁니다
그대 없는 세상은
어쩐지 심심할 것 같아
나는 이제 그대가 심어둔
나무들을 관찰하려 합니다
어떤 과목에 속하는 나무인지
열매는 맺을 것인지
뒤틀린 땅을 일군 노고를 감사
감사하며 지켜보렵니다
그리고 어느 혼곤했던 날
쓸 만한 그늘은 드리웠었다고
상기 될 때마다 서늘한
한 동량의 물이 되어 저 뿌리를
슬몃슬몃 적셔 보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좋아했는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그리울 것인지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많은 고뇌를 끌고
아쉬움으로 지는 해를
차마 눈 감겨 보내기 애슬픈
저문 날 바닷새처럼
지금은 다소의 한기를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혼을 태우며 걸어왔다가
먼 길 떠나는 당신께 부치는
이 무거운 편지
아무래도 이것이
거대한 당신께 향한
내 연정인 듯싶으니
많은 편지 속에 슬며시
이것도 끼워 가져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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