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프로페셔널 라인] 수술할 때의 건망증

장칠봉 / 수의사

의식적인 상태에서 일상적인 행동을 하지 않거나 또는 무의식 상태에서 돌출적인 언동을 하는 사람을 우린 일반적으로 정신이상자라고 한다. 그러니 건망증도 의사들은 정신병으로 취급하는지 모르겠다.

동물에서도 정신 질환을 갖는다. 개가 보름 달을 쳐다보며 처량스럽게 울부짖는다든가 폭죽이나 불꽃놀이를 보며는 겁이 나서 부들부들 몸을 떤다든가 특별한 소리에 어디인가 머리를 박고 숨어버리는 행위도 경증이지만 정신 질환의 일종이다.

대부분 동물의 정신 질환은 뇌의 구조가 선천성으로 비정상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후천성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거나 사고를 당해 뇌조직에 손상을 입을 때도 정신 질환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감염에 의한 후천성 정신 질환으로 광견병이 있다.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가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문다든가 또는 물이 겁나 피하기도 하고 어두운 곳에 숨는 행위도 바이러스가 뇌에 병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벌써 30년 전이다. 필자가 하와이에서 수의사 인턴 과정을 받을 때다. 당시 수의병원에서 수의사 보조인으로 한 여인이 일했다. 그녀는 놀랍게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의사보다 수의사가 되어 동물의 정신질병을 연구하고 치료하고자 수의과 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예비수의사이었다.

수의과 대학에 입학하려면 수의사의 추천서를 요구받는다. 그 추천서를 통해 지원생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알기 위해서다. 그녀는 그런 추천서를 받기 위해 수의병원에서 무보수로 6개월이나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와 내가 한 짝이 되어 고양이의 발톱제거 수술을 하게 되었다. 발톱제거 수술은 수의사가 권장하는 수술은 아니지만 집안에 키우는 고양이가 발톱으로 가구나 바닥을 흠집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일종의 성형(?)수술이다.

고양이의 모든 발톱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고양이 주인은 고양이의 앞발 만을 제거해주기 원했다.

수술은 내가 하고 수술 준비는 그녀가 하도록 되었다. 나는 고양이의 앞다리를 들어서 정맥이 돌출되도록 정맥을 누르고 마취제가 든 주사기를 정맥 안에 삽입하여 고양이를 마취시켰다. 그리고 마취된 고양이를 그녀에게 넘기면서 수술할 발을 소독하도록 했다. 그녀는 뒷발을 말끔이 면도하고 약솜으로 뒷다리를 깨끗이 씻었다.

나는 이런 수술을 처음 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마취시켜 죽은 듯이 누워있는 고양이를 보니 겁도 나고 당황하였다. 그러나 나는 수의사 예비생 앞에서 주눅드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하고는 메스를 손에 잡고 뒷발에 있는 모든 발톱을 침착하게 제거하였다.

발톱의 씨아 부위까지 완전 제거하였으니 이젠 더 이상 발톱이 자라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지혈을 방지하기 위해 뒷발을 단단히 묶었다. (요즈음엔 조직 접착제로 갈라진 피부를 봉합해 지혈을 방지하지만 당시엔 그런 접착제가 개발되지 않아 붕대로 꽁꽁 묶었다).

내가 처음으로 해 본 수술은 성공이었다. 나는 편안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를 잘 보냈다. 그러나 다음 날 고양이 주인이 병원에 와서 고양이를 퇴원시킬 무렵 난리가 났다. 없어야 할 고양이의 앞발 발톱은 그대로 있고 있어야 할 뒷발 발톱만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정신과 여의사는 그 동물병원에서 6개월을 무보수 수의사 보조원으로 일한 후 병원을 떠났다. 이후 그녀가 원하는 대로 수의과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수의사가 되어 정신병 동물환자를 치료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