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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거목 Interview-2] PA 오케스트라 콘서트 매스터 데이빗 김

주류서 더 명성 '가정 편안해야 좋은음악 나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시즌 정기 무대를 펼치는 주 공연장. 배너의 주인공은 이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매스터 데이빗 김이다.

관람객들은 일단 홀에 들어서면 배너를 보면서 그를 이야기 한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끌어가는 힘’ 이라고.

미국의 주류 음악계에서 회자되는 데이빗 김의 명성은 한인 커뮤니티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고 대단하다. 음악성뿐 아니라 악장으로서 멤버들을 포용하는 그의 인격이 훌륭해서라고 오케스트라의 뮤직 디렉터 샤를르 듀트와는 강조해 설명한다.

한창 정기 시즌 연주로 바쁘게 지내고 있는 그를 버라이존 홀 뮤지션스 라운지에서 만났다.

-악장으로 지낸지 벌써 10년이 됐어요. 악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입니까?

쉽게 말해 오케스트라의 목소리이자 반장이지요. 대외적으로는 오케스트라의 공보관이 되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살펴 그들이 공연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사적 부분까지 체크해야 합니다.

이곳의 단원들은 모두 음악적으로 최고 수준의 뮤지션들이기 때문에 음악적인 부분은 특별히 체크해야 할 일은 없지만 공연과 리허설 일정을 챙기는 일에서부터 부부 관계는 원만한지 등 가족사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음악도 가화만사성입니다.

가정이 편안해야 좋은 음악이 나오지요. 또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멤버들 사이의 의사 소통의 교량 역도 해야 합니다. 서로 무슨 불만이 있는지 저에게 털어놓으면 제가 양쪽을 오가며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지요. 매년 해외 연주를 갖고 있는데 이때는 책임이 더 막중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성취를 많이 포기해야 될 것 같군요.

맞습니다. 제가 이곳에 악장으로 오기전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악장으로 오면 일단 독주자로의 야망은 버려야 하니까요. 3살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줄리아드에서 공부하고 바이올리니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솔직히 멋있는 독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한번도 저버린 적이 없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탐 크루즈가 나온 스포츠 에이전트의 삶을 그린 '제리 매콰이어 '라는 영화를 보면서 큰 깨달음이 왔습니다. '성취의 참된 의미는 남들과의 훌륭한 조화 속에서 얻어진다' 라는 깨달음이었어요. 그날 이후 일단 독주자로의 길을 한발 늦추고 악장이 되기로 결심 했습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명성이 악장 결정에 도움이 됐을까요?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겠지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역사에 있어서나 음악적 퀄리티에 있어 보스턴 심포니와 함께 미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이름이 나 있으니까요.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미국의 '빅 파이브'(Big Five) 안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배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결정이 얼마나 잘 한 것인지 감사하고 있습니다. 멤버들 모두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관에서 공부했고 또 독주자로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뮤지션들입니다.

- 특별히 후진 양성에 힘을 쓰고 있으시지요?

어린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게 그렇게 기쁘고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1989년에 아내와 로드 아일랜드 대학에서 킹스턴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을 창설한 것도 그래서 입니다. 음악은 어린 시절에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성실하게 키워나가야 아름다운 꽃으로 만개시킬 수 있는 예술입니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나이들어 발견해 키우는 것은 힘이 들지요. 음악적 재능이 있는 어린이들에게서는 그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것 또 재능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음악을 마음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음악은 마음의 양식이 되거든요.

-아직도 뮤직 페스티벌을 계속 하고 있나요?

보람은 있지만 악장 노릇하면서 페스티벌에 힘을 쏟기가 너무 힘이 들어 친구에게 맡기고 요즘은 그저 컨설팅을 하면서 강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음악도에게 충고하자면 어떤 점을 강조하시고 싶으십니까?

세가지를 말하고 싶군요. 우선 준비된 음악도가 되라는 것입니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도 훌륭한 음악을 선보일 수 있겠지요.

준비란 물론 충분한 연습일테고 또 그외에 삶의 기본적 측면에서 훈련이라는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합니다. 음악인이 되기 전에 훌륭한 인격체가 되어야 하니까요. 두번째는 음악 이외에 삶을 폭넓게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여행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사귀고 또 이런 저런 스포츠도 하면서 전인격체로 커야 합니다. 이렇게 되도록 부모님들이 많이 신경쓰셔야 하겠지요. 어떤 부모님은 악기 연습해야 한다며 친구들과 여행도 못가게 하고 놀지도 못하게 하신다고 하더군요.

시야가 넓지 않은 사람은 음악에 천재적 재능을 타고 났어도 좋은 음악인은 되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 의미 부여에서는 영적인 면의 충족과 만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를 가장 좋아하십니까?

사이먼 래틀 등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를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지요. 하지만 그중 단 한명을 꼽으라면 그리스 출신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를 가장 사랑합니다. 그의 음악은 신비함이 있어요.

음악인에게 신비함은 생명입니다. 같은 음악이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신비함이 있어야 자신만의 색을 낼 수 있어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도 소문이 자자합니다. 음악인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요.

다행인데요. 저는 늘 부족하게 느끼고 있거든요. 특히 오케스트라 정기 시즌에는 늘 저녁 연주가 있으니까 가족과 저녁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독주자로 연주활동을 하게 되면 출타하는 시간이 많지만 그나마 오후 늦게 라도 매일 집에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지요.

아내는 대학때 선수 활동을 한 아마추어 골프 선수였지요. 지금은 두 딸 키우고 음악인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의 커리어는 접어두고 있어요. 음악인에게 가족은 영감의 원천이고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도 그들이 없다면 음악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군요.

■데이빗 김은= 1963년 일리노이에서 태어나 3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으며 곧 재능이 발견된 8세부터 줄리아드의 유명 바이올린 교수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하기 시작했다.
줄리아드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6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유일한 미국인으로 입상했으며 1990년 인디아나폴리스 바이올린 경연대회에서 입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9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입단, 악장으로 활동중이며 세계 여러나라에서 독주자로도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협연했으며 8월말 금호아트홀 체임버뮤직 오케스트라, 부산 필과의 협연이 계획돼 있다.
유이나 문화전문기자 yen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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