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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여기자] '당일까지 몰라'···클린턴 방북은 '007 작전'

특별기 타고 미국서 평양까지 직행
한·미 극소수만 알정도로 철통보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극비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클린턴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특별기를 타고 북한으로 향했다.

미국과 한국 정부의 극소수 고위 당국자들만이 클린턴 방북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방북 당일인 4일 오전까지 한국 외교부 내 대북 문제 담당 실무자들도 방북 사실을 몰랐다. 미국 정부의 사전 발표 역시 없었다.

클린턴의 북한 방문 성사까지는 상당한 물밑 접촉과 사전 합의가 이뤄졌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이 미국에 먼저 전향적인 입장을 전달했을 걸로 본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북한 관리가 한 여기자의 가족에게 클린턴이 올 경우 두 기자를 인도해 줄 의향이 있음을 밝혔고 클린턴에게 이 사실이 전달돼 백악관이 클린턴의 방북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많은 방북 특사 후보를 검토한 끝에 지난주 클린턴을 최종 낙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석방과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 정부가 특사를 파견할 것이란 예상은 끊이지 않았다.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존 케리 상원의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특사 후보로 거론됐다.

흑인 인권지도자인 제시 잭슨 목사도 방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빌 클린턴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억류 여기자 석방 문제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고 언급해 북.미 간에 물밑 접촉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임을 암시했다.

이 무렵 미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여기자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에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클린턴과 같은 고위 인사를 특사로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북.미 현안에 정통한 우리 정부 소식통도 지난달 28일 "북.미가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사면 형식으로 미국 여기자를 풀어 준다는 형식에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다"며 "누가 방북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만 남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특사 후보로 고어가 가장 유력한 분위기였다. 그러다 지난 주말께 클린턴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대북 특사로 거론된 후보 중 가장 중량급이다. 전직 대통령이자 현 미국 외교정책 수장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남편이란 사실이 무게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대통령 재임 중인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제네바 북.미 합의를 이끌어냈고 임기 말인 2000년 10월에는 북.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북.미 공동성명을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 스스로 방북을 적극 검토할 정도로 대북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였다.

한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미국에서 곧장 평양으로 날아갔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미국 본토 쪽에서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알래스카를 경유하는 항로를 거쳐 오전 10시4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국 측 비행 구역으로 진입하지 않고 공해상을 지나 곧바로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서울=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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